2017.04.01 16:11
하루살이의 죽음
鄭 木 日
노을을 바라보면 막연히 ‘인생이 무얼까’ 하는 풀벌레 소리같이 애잔한 마음이 들면서, 인생이라는 말, 그 자체에 그만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어느새 들어온 하루살이들이 전등불을 에워싸며 날고 있다. 그냥 날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불을 따라 빙빙 돌다가 방바닥이며 책상 위로 떨어지고 있다. 죽음이 꽃잎처럼 떨어지고 그들의 일생이 떨어지고 있는데, 누구도 눈썹 한번 깜박거려 주지 않는다.
대저 죽음이란 이런 것인가. 떨어져 숨을 거둔 하루살이를 한 마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작은 개미처럼 생긴 몸매에 유리같이 맑은 두 장의 날개가 겨드랑이에 달려 있다.
이제 그들의 생애는 끝났는가. 하루살이의 전 생애인 하루여! 그 하루는 시계의 초점이 재고 있는 24시간이 아닐 듯싶다. 하루살이의 하루야말로 어쩌면 나무의 수백 년이나 동물들의 수십 년의 연륜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하루살이들은 밤이 새벽으로 변신하는 여명을 보았을까? 사라지는 노을과 단 몇 분 동안에 반짝거리다 스러지는 이슬을 보았을까?
인간의 생애도 하루살이의 생애와 무엇이 다를 수 있겠는가. 일생을 끝마치는 데 단 하루가 필요한 그들과는 달리 인간에게는 수많은 하루가 있다는 차이 밖에 없을 듯하다.
하루살이들은 그들의 생애인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하루살이의 죽음을 보고 있노라니, 그 죽음에서 하루가 되살아나 무언가 말해 줄 것만 같다.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모든 생물들의 일생도 하루의 연속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루살이에게는 하루가 바로 전 생애이듯 모든 생물들의 생애도 하루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루살이의 죽음! 그 죽음에서 나의 하루를 발견한다. 내 생애의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고 싶은 욕망이 뭉클 치밀어 오른다. 하루가 바로 당신의 전 생애일 수 있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이란, 흔적도 없는 바람이며 물결처럼 느껴진다. 임종을 앞둔 노을같이. 단풍같이 무언가 생애를 쥐어짜내어 어떤 빛깔이라도 표현하지 않는다면 어둠 같은 허무이리라. 누군가가 '당신의 하루살이는 지루하리만큼 한가하지 않았느냐?'고 말할 듯싶다.
무의미 속에 묻혀버린 수많은 나의 하루여,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하루살이의 생애와 하루를 생각하면서 창가로 가 어둠을 바라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별빛은 어둠 속으로 무심히 내리고 하루살이는 일생을 끝내고 소리 없이 죽음을 맞고 있다. 나도 언젠가 하루살이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리라.
사라지는 하루를 본다. 인간도 하루씩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느낀다. 하루의 일생을 끝내고 하루살이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하루살이는 내일이란 미래를 아예 알지 못한다. 오로지 햇빛 속에서만 혼신을 쏟은 일생을 마치고 있다. 치열하고 후회 없는 마지막의 모습이다. 하루살이의 일생을 보면서 나의 하루살이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인간도 ‘오늘’이란 하루씩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일생을 거두고 있는 하루살이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나도 하루씩 최선을 다하는 하루살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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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년을 사는 나무도 있고, 천년을 산다는 鶴도 있다는데
인간은 백년도 채우기 어려우면서 천년 살 것처럼 한다.
하루를 살아도 최선을 다하는 인생--
마음 깊히 새김니다.
답글 늦게 올림을 해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