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5 16:35
진주, 진주중고등학교 그리고 나
언제나 항상 진주를 생각하거나 비봉산 밑에 아담스레 자리잡은 학교를 갈려고하면
전날부터 괜히 마음이 설래이고 밤잠을 설치기 일쑤인것은, 평생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그리고 언제 어느때나 가면 버선발로 뛰어 나오셔서 맑고 환한 얼굴로 반겨주실것 같은
어머이가 마음의 저 밑받닥에 계시는것 같은 생각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특히 진주/비봉산 기슭은, 그래도 지금까지 다른사람
신세지지않고 내손으로 벌어서 내식솔들 건사하고 살면서 사람구실하고 주어진 한세상
살다 가라고 주춧돌을 놓아주고 기둥을 세워준 이세상 누구도 어느곳도 대신 할 수 없는
내면의 버팀목이였다.
나는 그곳에서 뜨끈뜨끈한 쌀밥 한그릇의 소중함을 알았고, 돈 만원이 얼마나 값어치있는
큰돈인지를 터득했다. 보리쌀 한되박이면 여러식구들이 몇끼를 해결할수 있는 지혜도
거기서 배웠고, 길가에 배가 고파 울고있는 어린아이가 얼마나 힘던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지도 그곳이 알게해 주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나의 교만함과 매사에 부족함 탓에 가르침대로 살지못해서 그렇지,
그곳은 어떻게하면 세상을 눈 똑바로 뜨고 올바른 정신으로 살것인가,,어떻게하면
그런대로 잘 살았다고 생각하며 한세상을 마무리 할것인가도 배웠다.
그러니 진주, 비봉산 기슭하면 가슴이 띨 수 밖에없다. 오래전에 내가 몇자 끌쩍꺼려
놓았든 글을 여기 다시 옮겨보면,
비 봉 산
비봉산 그대는
저희들 모두의 포근한 어머님이심니다
어머님은 저희들이 이세상에 올때 영원히 변치않을
비봉의 정기와 형제사랑을 주셨습니다
어머님 당신은
저희들이 덜 엉글었을 때 때로는 한 여름의 이글거리는
햇빛으로 때로는 동지섣달의 매서운 한설로
저희들을 키우셨습니다
어머님 저희는
어머님 품속을 떠나 산더미보다 더 큰 풍랑을 만나기도 하고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순항에 순항을 계속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님 이제는
저희들이 어머님의 가르치심대로 이험난한 세상의 작은 등불이
되었는지, 가슴 저릿한 마음으로 형제들을 사랑 했는지
되돌아 볼 때입니다
어머님 그래도
기쁠때 같이 춤 출 수있고 슬플때 함께 통곡할 수 있는 그리고
저희들이 하나될 수 있는 끈끈한 정이 가슴가슴마다 가득합니다
비봉산 그대는
늘 빙그레 웃으시는 얼굴에 주름지신 푸근한 어머님이십니다
서산에 해질때 고향집의 사립문을 살모시 열고 들어가겠습니다.
등 두드리며 잘왔다고 반겨주십시요.
미리 짐작은 하고 갔지만, 비봉산 기슭을 떠난지 반백년이 되였다고
대여섯명이 옹기종기 모여 세상을 한탄하며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못나고
옹졸한지 선후배들 보기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평소에 그렇게 친구, 우정,의리, 죽을때 가져가는것 없다 베풀고 살자, 이름
석자 앞으로 쑤-욱 못내밀어서 환장하든 사람들은 이시간에 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마치 저-어 위에서,
" 하이고 야아들아 너거 왔나 너희들 형들은 해마다 이맘때 흰머리 흰눈섭을
풀풀 날리며 전국 각지에서 와서 그렇게나 환하면서도 쓸쓸한 웃음으로 비봉산이
떠들썩 하드마는 너거들은 우째서 그렇나,,,,,,,,,,,,,,,,,,,,,,,
그래도 마 나는 괜찮다 하나도 안 섭섭타. 그래도 너거끼리 우애있끼 잘 지내거라.
세상살이는 참말로 아무것도 아이다. 내일이라도 떠나면 너거들이 그렇키나
애지중지 하든것들은 우짤낀대... 우짜든지 끝마무리 잘 하고 오이라.."
왁짜지껄한 교정을 뒤로하고 떠나는데 뿌연 눈물이 앞을 가려 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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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지선배야.
그립던 고향으로 돌아간 병지선배야.
소식 좀 넣어라. 여기도 오줌 싸고 간 곳이다.
다시는 안올끼가?
글이라도 옮겨 놓았다. 보고 가거라. 병지 선배야.
군덕지 없고, 허풍 떨지 않는 진정성 있는 글이라 여기 올려 놓았습니다.
병지선배가 이렇게 좋은 글을 쓰는 줄 예전에 몰랐다.
글이란 이렇게 쓰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좀 배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