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8 15:39
꽃 / 미당 서정주
가신이들의 헐떡이던 숨결로
곱게 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흐트러진 머릿결 그냥 그대로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 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오!~~~ 그 기름 묻은 머릿박 낱낱이 더워
땀 흘리고 간 옛 사람들의
노래 소리는 하늘 위에 있어라.
쉬어 가자 벗이여 쉬어서 가자
여기 새로 핀 크낙한 꽃 그늘에
벗이여 우리도 쉬어서 가자.
만나는 샘물마다 목을 추기며,
이끼 낀 바윗돌에 턱을 고이고
자칫하면 다시 못 볼 하늘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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