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7 15:23
아들에게 주는 글 * 鄭 木 日
살아가는 것이 죽어 가는 것과 동의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젊었을 때였으나 실감하게 된 것은 40세가 넘어서였다. 항상 내일이 찬란한 빛을 안겨 줄 것으로만 믿고, 고단한 오늘을 천시하고 빨리 지나가길 바랬다. 「오늘」이야 말로 내일을 만드는 보석의 원광석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내일만을 꿈꾸고 기다렸다. 어렵고 고통스런 오늘이 무의미하고 가치가 없다면, 미래 또한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을 몰랐다. 「오늘」이 내일을 비춰주는 거울이고, 내일을 꽃피우는 씨앗이라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오늘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인 소중함의 자각, 존재의식의 결여는 불성실과 나태를 가져왔다. 이것은 인간의 능력을 어둠에 가리게 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햇빛을 가로막는 벽이었다.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의미」라는 빛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모르고, 신이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확신하며, 또 어떤 누군가가 나타나 이끌어 줄 것으로 막연하게 기대하고 살아왔다. 이 거지 근성의 미몽에서 깨어난 게 50세가 지난 후였다. 고통과 시련을 이기는 무기가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왜 공허한 꿈속에서 허우적거렸는지 후회해 본들 소용없는 일이다.
꿈은 위로와 용기를 주지만, 기다림으로 오지 않는다. 꿈꾸는 것은 자유지만,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꿈은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에도 노력과 땀으로 성취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막연히 나에게, 당연히 와야 할 기회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기심이 나의 성장과 성숙을 막은 장애물이었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무언가 특권, 은총, 배려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나라고 해서 좋은 일만 있으리라는 망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고통과 슬픔도 나를 존재하게 하는 삶의 기둥이라는 것을 모르고 절망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곤 했다. 평범한 것, 나의 주변에 행복이 있음을 모르고 항상 높고 먼 곳만을 동경하며 살았다. 행복, 즐거움, 기쁨이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다 불행, 고통, 슬픔을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행복은 불행이란 개념이 존재하기에 생겨난 것이니, 시간성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행복할 땐 마음껏 취하고 느껴야 하지만, 행복이 떠날 때를 생각하고 겸허해야 한다. 그리고 닥쳐올 불행까지를 기꺼이 맞을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자연 속의 일원임을 모르고 산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연이야말로 영원한 어머니요, 스승이며 고향이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이어야 함에도, 자연에 거슬리는 삶을 살아왔다. 자연의 품속에 있지 않으면 참다운 지혜를 얻지 못하며, 영감과 영성을 얻을 수 없다. 생명의 질서와 순리를 알지 못한다.
계절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하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의 삶을 그대로 모방하여 살아갈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삶이 될 것이다.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생명률을 터득해야 한다. 일년 동안의 체험으로 얻은 삶의 귀중한 깨달음과 느낌들을 한 줄의 나이테에 기록하는 나무들의 자의식과 성실한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인간이 어떤 자연물보다 위대하다는 생각 자체가 망상이다. 항상 자연을 가까이 하며 자연에서 인생을 배워야 한다. 자연에서 삶의 전율을 느끼고 자연과의 교감에서 새로움과 신비를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무엇으로 존재 가치를 가질 것이며 과연 의미 있는 인생 테마를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테마가 있고 목표가 있는 인생이 아름답다. 목표가 설정되었다면, 구체적인 설계를 마련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성취가 되고 안 되고는 뒤에 가서 평가할 문제이며, 시도와 과정이 올바르게 진행되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삶을 사익과 개인의 영달만에 치중하는 것만큼 무익한 일은 없다. 공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일에 관심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 삶이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감동이 있는 삶,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기억하는 인생이 아름답다. 후회하기 전에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자각으로 의미 있는 삶을 가꾸고 스스로가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사랑을 잃지 말라. 떠오르는 해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지는 해처럼 엄숙하고 아름다운 하루를 장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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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 아들에게 주는 글>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글입니다.
해박한 지식과 경륜으로 후배들에게 멋진 글을 남겼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살아온 자신이 무척 부끄러워 집니다.
삶의 기둥 즉 삶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