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30 16:23
영 원
鄭 木 日
‘영원’이란 말을 자주 쓰면서 무엇인지 모른다.
이 말처럼 막막하고 그리운 개념도 없다.
언제나 꽉 차 있으면서도 공허하다.
상상력이 피워 올린 극한의 추상 명사다.
유한적 존재인 인간이 영원을 열망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까.
인간은 영원을 설정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다.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한시적인 삶을 살뿐인 인간이 영원을 수용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영원을 수용하려는 장치로 마련된 것이 종교이리라.
생명체이건 무 생명체이건 시간의 침식에 견뎌낼 수 있는 건 없다.
‘영원의 불망비(不忘碑)로 새긴 금석문(金石文)도 시간의 침식에 견디지 못해 점점 원형을 상실해 간다.
돌로 된 비석도 비바람에 마멸돼 가고 금속도 녹슬어 사라진다.
영원은 시간적 공간적 개념이 합쳐진 데다 존재적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인간은 영원이라는 통로가 있기 때문에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영원은 인간의 일회성 삶을 보완해 주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해소시켜주는 유일한 돌파구이다.
인간이 모든 능력을 기울여 추구하는 목표점에 영원이 자리 잡고 있다.
영원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동물의 삶과 별반 다를 게 무엇인가.
영원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고. 숨결을 느끼고 싶어 한다.
문화유적지,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인류의 문화를 집대성한 곳에 가보면,
영원의 하늘 한 모서리가 비쳐 보이는 듯하다.
사람들은 영원 만들기에 열중하면서 죽음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무한과 영원은 동의어인가.
무한과 유한, 영원과 순간은 반의어적 개념만은 아닐 것이다.
한 알의 모래알 속에 내재돼 있는 영원을 본다.
이슬방울 하나에서 영원의 얼굴을 본다.
바람과 구름을 통해서도 영원을 느낀다.
인간이 태어나고 떠나야 할 곳이 영원이기에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닐까.
하루살이의 일생이 ‘하루’라면 단지 24시간일 뿐일까.
그 삶엔 영원이 없는 것일까.
인간도 하루하루를 살뿐이다.
‘하루살이의 일생’에서 ‘하루살이’를 없애면 ‘하루’는 영원하다.
영원은 소유 개념이 아니다.
‘나’를 배제시켜야 비로소 ‘영원’이 다가옴을 느낀다.
가을 하늘을 바라볼 때, 무심결에 영원이 열리는 걸 느끼곤 했다.
이기. 집착. 한정. 속단의 세계가 아니다.
무한 자유이고 없으며 있는 것이다.
시. 공간과 생사(生死)도 없는 세계다.
그리움의 원천이며 모든 생명체의 영혼의고향이다.
나는 영원의 일부이고 싶다.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한을 생각하면 우리 삶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찰나 속에 영원을 담아두고 싶다.
영원은 지식과 체험의 세계가 아니다.
관념과 무의식의 세계도 아니다.
인간의 상상력과 영혼을 확대시켜주는 무한 세계가 아닐까.
나는 영원 속으로 사라져 가고 싶다.
2014.10.31 01:48
2014.11.15 19:19
나는 먼 태고로 부터 존재의 부속물로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육신이라는 옷을 입으면서
인생이란 삶을 영위해 온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영원을 향해 살아가는 존재일 것이다.
이 형이상학적인 관념은 종교에 활용되고, 미래를 꿈꾸는 인생에게 꿈의 질료로 이용된다.
인간의 지배수단 중에서 종교라는 이상세계는 영원을 확대 재생산하여 왔다.
그래야만 인간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기에 영생과 천국이라는 상상의 세계를 설계해
놓은 것이 아닐까? 유한성을 지닌 육체를 가진 것은 이미 영원을 우리 육체안에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재 물리학자 호건은 인간은 콤퓨터처럼 어느 부속품이 기능을 상실하면 깜박거리다 꺼져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유기체는 유한성을 지니고 있다.
천지가 창조되던 암흑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영원의 문을 들어서는 것은 아닐까?
솔직하게 표현 한다면 삶에서 죽음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이 영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우주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인생이다.
유한의 인생이 무한의 영원을 꿈꾸는 것은 우습다.
우리는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백년도 채우지 못하는 인생이 천년의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태양아래 모든 유기체는 영원을 갈망하는 원소를 지니고 있나 보다.
육체의 옷을 벗고 나면 영원의 세계가 열릴진데 그 곳은 영혼의 세계가 아니겠는가.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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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아름다운 글이 새벽을 깨웁니다.
목향선배님 잘 계시죠?
좋은 글 모아 출판기념회를 한다는 소식은 알았는데
축하 인사를 못했군요.
떡 본김에 굿한다고 축하축하 축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