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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 강 하나

2014.07.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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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하나 강 하나

- 벗에게

鄭 木 日

 

 

나는 산을 하나 갖고 싶네.

옛날 사람의 아호를 보면 태백산인(太白山人), 지리산인(智異山人)이라 하고, 편지글 끝머리에 산이름을 적고 그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사찰의 이름도 반드시 산 이름을 내세운다. 산이 많은 나라에 사는 한국인의 삶은 하나의 산 영역에 속해 있는 것임을 느낀다.

나도 산을 하나 갖고 싶네. 오랜 세월에도 푸른빛과 기상을 잃지 않고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산을 갖고 싶네. 산을 품고 살면 침묵을 알고 순리를 깨닫게 되리라. 산과 호홉을 맞추고 영원을 품고 싶다.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할지라도 고향 산을 품지 못한 사람은 황량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 마음 속에 산을 안고 있어야 하리라. 무슨 산인(山人)이 되려면 쉬운 일이 아니다. 산처럼 청청하고 고고해야 한다. 그래야 산이 마음을 열어 받아주리라. 산의 제자가 되고 백성이 되기 위해선 산의 마음과 모습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마음 속에 산이 있어야 든든하고 흔들리지 않으리라 싶네.

나는 하나의 강을 갖고 싶네.

들판과 대지를 적시며 생명의 젖줄이 되고 어머니가 되는 하나의 강을 품고 싶네. 만년을 흘러도 마르지 않는 강물을 맞아들였으면 싶네. 강물이 흐르면서 남겨 놓은 흰 모래밭을 가졌으면 하네. 바람에 흔들리며 사운대는 대밭을 가졌으면 좋겠네.

하나의 강을 가지게 되면 마음이 깊어지면서 맑아지리라. 강물은 시들어가는 생각과 삶에 생기를 불어넣고 영원을 만나게 하리라. 이기에 묻은 먼지, 탐욕에 찌던 때, 아집에 생긴 얼룩을 씻어낼 것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분노와 슬픔도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강물은 마음을 정화하고 편안하게 해준다. 물은 생명의 원질이고 어머니가 아닌가. 생명체의 순환과 순리를 보여준다. 가장 낮은 데로 흐르면서 뭇 생명체의 젖줄이 되고, 땅에서 하늘로 오른다. 자유자재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자체가 생명이며 영원의 모습이다.

강이 흐르지 않는 땅은 죽음의 땅이다. 강을 가슴에 품고 살면 매마르지 않는 삶이 되리라. 순간에 얽매이지 않고 영원에 흐르는 삶이 되고 싶네.

나는 들판을 하나 갖고 싶네.

농부가 아닐지라도 가슴에 들판을 하나 품고 싶네. 나는 오곡이 자라는 들판길을 걷길 좋아하네. 살고 싶은 집은 들판이 보이는 숲속의 작은 집이면 족하네. 들판의 모든 나무와 풀들, 벌레들, 새들과 눈맞추며 마음을 나누며 살길 원한다.

들판에 사는 모든 생물들의 삶과 친숙하길 바라며 온전히 햇살과 바람과 이슬과 별빛을 맞으며 지내고 싶네. 가슴 속에 들판을 품으면 삶도 풍요해지리라. 들판의 노래와 들판의 말을 들으며 살고 싶네.

왜 물질에만 집착하며 살아왔는가. 돈으로 산 것은 진실한 소유가 아니다. 자신의 소유물은 사라지게 된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는 걸 알면서도 왜 연연하는지 모를 일이다. 영원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은 돈으론 살 수 없다. 가슴 속에 품어야 한다. 산의 풀꽃이 되고 강의 조약돌이 되고 들판의 흙 한 줌이 되고 싶네.

 

나는 움직이지 않고 변화무쌍한 산을, 마르지 않고 홀로 깊어가는 강을, 생명의 숨결과 빛깔로 가득한 들판을 갖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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