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7 16:57
칠월의 찬가
鄭 木 日
칠월은 혼기를 앞둔 청년 같다. 얼굴에 면도 자욱이 선명하고 짙은 눈썹 아래 눈동자가 깊은 바다 빛이다. 웃으며 드러낸 흰 치아가 눈부시다. 청산은 우거져 무성하고 짙푸르다.
칠월엔 젊음이 무르익어 성숙과 절정을 보여준다. 가슴이 넓어지고 웃음소리도 호방하다. 칠월은 청바지에 티 샤스 차림의 청년, 짧은 미니 바지를 입고 각선미를 드러낸 숙녀의 모습 같다.
칠월은 무르익은 과실 같다. 포도, 복숭아 같은 짜릿한 맛을 풍기며, 수박과 참외처럼 시원스럽다. 봄철에 피운 꽃들이 결실을 얻는 때다. 태양은 어느새 열기를 더해 간다. 여름 꽃들이 일제히 다투듯 피어난다. 일 년의 절정기에 다다른 느낌이다.
나라꽃인 무궁화가 피기 시작하고 배롱꽃 자귀꽃이 피어난다. 여름꽃은 하루도 못 가 시드는 나팔꽃과 무궁화가 있지만, 쉴 새 없이 피고 지고를 거듭하여 여름 내내 오래 동안 꽃을 보여주는 끈질김을 지니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꽃을 피우고 거둔다. 치자꽃, 능소화가 피고 물에는 연꽃이 피어난다. 뙤약볕에 피는 여름 꽃들은 푸르딩딩 푸르죽죽 짙어져버린 녹색 속에 꽃의 존재를 드러낸다.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이 해 인의 시 ‘칠월은 나에게’
여름의 태양은 눈부시고 열기는 뜨겁다. 산과 숲은 젊음과 성숙의 짙푸름으로 덮고 있다. 계곡은 물이 불어 콸콸 넘치고, 바다는 열려 벌거숭이 인파가 밀려든다. 인간은 자연의 품속으로 안겨,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 자연과 속살과 맞댄다.
칠월은 휴식과 낭만과 자연의 품을 알게 해준다. 작열하는 태양의 광선에 살을 태우고, 잊어버렸던 밤하늘의 별들을 만나게 한다. 바람과 물살의 촉감을 대하고 풀꽃들과 대화를 나누게 한다. 칠월은 자연 속에서 정열과 낭만을 느끼는 달이다.
농촌의 논밭에는 태양과 농작물들이 마음을 합해 결실을 이루려는 숨결을 토해내고 있다. 집중의 뜨거운 입김이 훅훅 끼쳐온다. 벼가 자라는 칠월의 논에 가면 하늘과 땅과 물이 만드는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흙탕물인 논 속의 벼가 햇빛을 받아 들여 이룬 결실인 쌀로써 인간 절반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흙과 물과 햇살로서 만인의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쌀이 얻어진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써 흙, 물, 햇살의 은혜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자연은 곧 어머니라는 걸 실감한다.
칠월은 젊음의 달이고 화끈하고 시원한 성격을 지녔다. 더위에 눌러 집안에 있기보다 산과 바다, 미지의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달이다. 젊음과 열기와 사랑이 충만한 칠월에 나태와 무력감에 빠져선 안 된다. 칠월이면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어디론가 미래를 향해 길을 떠나야 한다. 칠월엔 혼자서라도 내 길을 여는 개척자가 되고 싶은 달이다.
2014.07.07 18:01
2014.07.11 01:35
칠월이여, 더 멀리도, 더 높이도 오르지 말고
부푼 초록 그대로 길을 멈추어라
숲은 나무를 품고 더욱 싱그럽고
하늘은 넓은 마음을 열고 우리를 맞는다.
칠월은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듯
우리의 염원 이루어 지는 달.
무덤의 잔디도 더욱 푸르름에 덮히고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어울려
초록 그늘아래 모이네.
칠월은 청순한 여인
가슴에 가득히 사랑을 품고
그리운 님을 유혹하네.
--- 2014. 7.10 정든 태판산방을 떠나며 ---
2014.07.12 02:23
7월의 꽃그늘 아래서
綠陰진 꽃그늘 아래서
오징어 다리 찢어가며
소주를 마시자
벗이여! 우리가 마주하던 멈춘 시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누릴수 있으랴
세월도 가고 친구도 떠나고 나면
칠월의 꽃그늘은 외롭지 않겠는가.
옛 추억이 그리워서
밤 하늘 별을 헤면
평생에 보지 못한 별들이 내려온다
내가 본 별이 가슴에서 빤짝이면
친구야!
우리는 별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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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내가 여문 달,
어머니의 자궁을 비집고 내가 태어난 달.
내가 처음 세상을 만나 놀라 자빠진 달.
7월 7일 ( 물론 양력이지만) 은 내 귀빠진 날.
일흔의 인생고비를 숨차게 달려
빈 가슴 눈물이 출렁거리는 7월.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생일 촛불은 손자손녀가 재롱부리며 꺼 주고
생일 케이크처럼 잘려 나가는 내 일흔의 삶이여!
그래도 남은 계절에 희망의 푯대를 나부껴 본다.
파도치는 녹음처럼
눈시리게 푸른 창공처럼
청산의 짙푸른 능선처럼
나도 인생의 7월을 푸르게 푸르게 간직하고 싶다.
--- 목향의 7월 찬가에 부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