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5 18:06
영원과 만나는 ‘이 순간’ / 정목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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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선생은 한국 현대수필 1세대를 대표하는 수필가이자 시인이고 번역 문학가였다. 평소에 시인으로 불리길 좋아하신 분이셨다. 금아 선생의 수필은 탁월한 은유법을 보이고, 짧고 운율이 흐른다는 점에서 시적인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금아 선생의 수필은 시의 산문화(散文化)라고 할 수 있다. 5매 내외의 짧은 분량에 간결하고 함축성 있는 문장은 고결하고 향기로운 삶과 인격에서 우러난 인생의 발견과 깨달음의 꽃이다. 금아 선생의 문장에서 돋보이는 요소는 시적인 운율, 비유, 절제, 함축, 유미적인 요소가 아닐까 한다. 피천득 선생과의 인연은 하늘이 주신 은혜로 생각한다. 1975년 《월간문학》 1976년 《현대문학》을 통해 수필 부문 최초의 등단 작가가 되어 10년이 넘었지만 선생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지방에서 묻혀 지내는 무명의 수필가를 기억하실 까닭도 없을 테고, 한 번 찾아뵐 용기도 없었다.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들의 모임인 ‘현대문학수필작가회’에서 동인수필집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수필 모임엔 한 번도 참석하신 일이 없는 선생께 초대장을 보내드렸다. 참석하시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뜻밖에 참석해 주셨다. 선생께서 “이런 자리에 참석한 일이 없는데, 정목일 수필가를 만나고 싶어 왔다.”고 하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일주일쯤 지나서,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와 금아 선생의 댁을 방문하였다. 거실에서 금아 선생께 세 번 절을 올렸다. 선생께서 무명 수필가의 이름을 불러주시고 격려해 주신 데 대한 감사와 함께 마음으로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선생께서 이름을 불러주시지 않았더라면 용기를 내어 댁을 방문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일 년에 서너 번 정도지만 금아 선생을 방문하곤 했다. 봄철이면 하동 쌍계사 우전차를 구해 보내드리면 전화 ‘잘 받았다’고 말씀하시고, 댁에 가면 영국 홍차와 재스민차를 선물로 주셨다. 서울에서 수필교실을 열고 일주일에 한 번 강의를 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제자들을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몇 차례 제자들을 데리고 댁으로 인사드리러 갔다. 그때마다 선생께선 당신의 책에다 서명하셔서 제자들에게 선물해 주시곤 했다. 금아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뒤, 불현듯 〈이 순간〉을 암송해보곤 한다. 이 시를 외어보면 선생과 함께 별을 보고 있는 듯하다. 내가 별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기적 같은 순간인가. 하나의 별이 내 눈동자에 들어오기까지 몇 광년을 걸쳐 달려와 비로소 지금 이 순간에 만나고 있다. 나도 그 별과 만나기 위해 태어나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인가. 피천득 선생의 시 〈이 순간〉에서 글을 쓰는 나에게 가장 위로를 주는 것은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라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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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나 시는 서정의 우물에서 건저 올린 것이 감동을 준다.
서정의 우물 속에는 싱싱한 경륜의 조약돌들이 가라 앉아 있다.
이 조약돌은 언제든지 작품의 質料로 부상한다.
그래서 글이란 지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서정과 경륜으로 쓴 글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금아 피천득선생도 목향의 이른 점을 알고 있었나 보다.
금아선생 詩 "이 순간"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