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3 11:55
-소록도의 천사, 두 수녀님께
정 목 일
마리안 수녀님!
마가레트 수녀님!
수녀님들이 43년간의 봉사를 끝내시고 소록도를 떠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수녀님을 뵙지 못하였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손을 가진 두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수녀님의 삶은 시들지 않는 목련꽃처럼 정결하고 향기롭습니다. 일생에 한 번 피운 꽃의 사랑과 향기로 병고와 절망에 빠진 한샌환자들에게 다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눈물조차 마른 그들의 손을 잡으며 아픔을 지우는 노래가 돼주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사랑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기도하셨지요. 자신들의 한 생애가 환자들의 고통을 잠재우고 평온이 깃드는 힘이 되길 간절히 기구하셨습니다.
수녀님들은 꽃다운 이십대에 고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소록도 나환자수용소에 와서 일흔이 넘으시도록 한샌병자들의 어머니가 되셨지요. ‘환자들의 고통과 신음을 대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도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함께 애환을 나누셨습니다. 극진한 돌봄과 간호로 환자들이 절망을 뚫고 치유되는 것을 볼 때마다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마리안 수녀님은 1959년에, 마가레트 수녀님은 1962년에 소록도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두 수녀는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한샌병자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셨지요.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주고, 한샌인 자녀들을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셨습니다. 보육과 자활정착을 위한 사업에도 헌신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친 두 수녀님을 ‘할매’라고 불렀습니다. 20대에 소록도에 와서 수천 환자의 손발이 돼 살아가며 일흔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병원 측이 마련한 회갑 잔치마저 ‘기도하러 간다’며 피하셨다지요. 본국 수녀원에서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의 우유와 간식비, 그리고 성한 몸이 되어 떠나는 사람들의 노자로 나눠 주셨습니다.
수녀님들은 2007년 5월 21일,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나셨습니다. 누구에겐가 알려질까봐 조용히 종적을 감추셨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만 남겨 놓았습니다. 두 수녀님의 귀향길에는 소록도에 올 때 가지고 온 해진 가방 한 개 씩 뿐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해
이 편지로써 용서를 빕니다.
마리안 수녀님!
마가레트 수녀님!
저는 언젠가 한샌환자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환자들과 악수하고 음료수를 대접받으며 속으로 꺼림직 한 심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그 곳을 나와 몇 번이나 손을 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녀님들은 평생 동안 간호와 사랑으로 헌신한 한샌인들을 ‘사랑하는 친구 은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랑과 친구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들에게 알려주십니다. 사랑은 조건이 없는 것이며, 한정이 없음을 가르쳐 주십니다. 어떤 상황과 처지이든지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다하는 것임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런 사랑을 보여주신 두 수녀님이 계셨기에 소록도 한샌인들은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평화를 얻었습니다.
평생 동안 간호하고 도왔던 그들에게 보답의 인사를 받길 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은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가 되자, 자신들의 존재가 오히려 짐이 됨을 안 까닭에 ‘사랑하는 친구 은인’을 떠나게 된 것임을 편지 한 통으로 알려주셨습니다.
작별인사도 없이 떠난 수녀님들 때문에 섬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고 합니다. 소록도 주민들과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수녀님들의 선행과 봉사는 잊혀지지 않는 감동과 그리움의 분수로 영원히 뿜어 오를 것입니다. 수녀님들은 하느님께서 한국 한샌병자들을 위하여 보내주신 거룩한 천사들이십니다.
어떤 대가도 명예도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생명이 있고 움직일 수 있는 한 환자들을 돌볼 수 있길 바라며 기도하셨습니다. 환자들의 고통과 어둠을 밝히는 한 자루씩의 촛불로 온전히 삶을 다 태우려 하셨습니다.
수녀님들은 하느님께서 환자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약을 발라줄 수 있는 손을 주신데 대해 감사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그 보다 거룩한 마음과 아름다운 손이 어디 있을까요.
마리안 수녀님!
마가레트 수녀님!
두 분은 한국 한샌환자들의 어머니이시며, 소록도의 천사이십니다. 한국인들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감동과 거룩한 희생을 가르쳐 주신 은인이십니다. 아름다운 헌신과 향기로운 일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의 위대함과 그 힘을 알려주셨습니다.
소록도 주민들과 한국인들은 진정한 사랑과 봉사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주신 두 수녀님을 언제나 기억할 것입니다.
2016.04.25 00:28
2016.06.07 10:06
'한센인의 천사' 외국인 수녀들 명예국민
법무부는 8일 오전 11시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40여 년간 전남 고흥의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들을 돌봤던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와 마가렛 피사렛(81) 수녀에게
대한민국 명예국민증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두 수녀에게는 명예국민 메달과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담긴 '십장생 자개 병풍'이 함께 수여된다.
명예국민증은 대한민국의 국위 선양이나 국익 증진 등에 현저한 공로를 세운 외국인에게 주어진다.
2002년 7월 월드컵 4강 진출 주역인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수여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명예국민증 수여에 따른 별도의 법적 권리와 의무는 없다.
다만 법무부는 출·입국 시 전용 심사대 이용 및 장기 체류 희망 시 즉시 영주자격 부여 등
수녀들에 최대한의 행정적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병원 간호학교를 졸업한 두 수녀는 소록도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1960년대에 입국했다.
이후 40여 년간 거주하며 한센인들의 간호와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했다.
오랜 세월 봉사했지만 단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았다.
공로를 인정받아 1972년 국민훈장, 1983년 대통령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받기도 했다.
두 수녀는 70대의 노인이 된 자신들이 소록도에 부담이 될까 불편하고 걱정하는 마음에
편지 한 통만을 남긴 채 2005년 조용히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40여 년간 한센인들의 손과 발이 돼 사랑과 봉사를 펼친 고귀한 희생정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민이 두 분의 삶을 돌아보며 사랑과 봉사의 마음이 넘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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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말만 들어도 오금이 저려오는 문둥이의 삶.
어릴적 우리 마을에도 문둥병에 걸려 같은 마을에 살지 못하고 가족이 소록도로 간 사람이 있었다.
같은 핏줄의 사람들도 기피하는 천형의 문둥병을
외국인 두 수녀가 40여년의 일생을 바쳐 헌신하고 늙어 고향으로 돌아갔다니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문둥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한하운 시인은 <그리운 얼굴 R >이란 그의 詩에서
이 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운 얼굴 R>
고통과 피투성이의 또
흉칙한하게 살 썪는 냄새가
오뉴월 장마통에 송장 썪는 냄새보다도 더
추악하고 견디기 어려워 사람의 비위로는
구역질 때문에 한시도 견딜 수 없는
내 방에 들어와서 백옥같이 희고
아름다운 손으로 나의 섞어가는
상처를 돌보아 주는 것이다.
이토록 애절한 시를 써 백옥의 천사를 노래했다.
두 분 천사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