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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2015.11.06 02:57

목향 Views:2969

보름달

鄭 木 日

 

보름달을 보면 현기증이 일어 여자라면 월경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다. 한 모서리도 부족함이 없이 꽉 찬 모습에서 절정과 완성을 본다. 최상의 아름다움 속엔 황홀감이 있지만, 곧 사라질 듯한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숨을 죽인다.

보름달밤에는 그리움의 오솔길을 걸어 옛 임을 만나고 싶다. 달빛 속으로 긴 그림자를 끌며 추억 속으로 걸으면, 어디쯤에서 대금 가락이 들려올 듯하다. 대금의 음계를 밟으며 달빛 속으로 임을 만나러 가고 싶다.

 

보름달은 마음을 채워주는 충만 속에 공허감도 품고 있다. 만남에 설레면서도, 다가 올 이별이 깃들어 있다. 달은 임과 보아야 더 좋은 법이다. 달빛의 끝까지 서로의 마음이 닿아있을 듯하여 가슴이 더 설렌다.

 

보름달밤에 임과 함께 있다면 말 한 마디 없어도 좋으리라. 꽃이 피어 있지 않아도 무방하리라. 달빛만으로 눈부시고, 마음은 차오른다.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아도 풀벌레 소리, 들꽃 향기, 스치는 바람결이 대신하여 전해준다.

 

보름달과 꽃은 벼랑 위에 서 있음을 느낀다. 절정은 위태롭다. 보름달은 별리의 모습도 지니고 있다. 마지막 도착점에 서있다. 숨을 멈추고 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순간임을 느끼게 한다.

 

보름달은 풍요와 번성을 느끼게 하지만, 완성 속에 고독이 보인다. 보름달은 소원하는 것, 채워지지 않는 것, 잃어버린 것, 다시 만나고 싶은 것에 대한 아쉬움의 충만이 아닐까. 결핍과 상실을 메워주는 은은한 위로이자 그리움의 완성이 아닐까.

 

20대의 어느 보름달밤에 그대를 만나고, 또 어느 날 남강 촉석루를 배경으로 이별했다. 그 때의 보름달이 잊지 않고 떠올라 은은한 그리움의 도취를 안겨주곤 한다. 사랑, 절정, 아름다움을 얻지 못했다고 탄식할 게 아니다. 결핍의 한()이 초승달처럼 시리지만, 살아가면서 조금씩 그리움으로 채워 가면 만월(滿月)을 맞지 않으랴.

보름달 아래 그대는 없다. 마음에서 그리움의 대금 소리가 들려 올 뿐이다. 인연은 사라지고 말지만, 달빛만이 돌아와 마음을 채워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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