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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피리

2014.12.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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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피리

                                                                      鄭 木 日


그리움에 목이 멘 날엔 티베트 라사에 있는 조캉사원으로 가고 싶다.

조캉사원은 티베트불교를 대표하는 사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성소이며 순례지이다.
티베트인들의 정신적인 고향이나 다름없다.
647년에 창건된 티베트 최초의 목조 건물로 서쪽을 향한 지붕은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면적은 25,100㎡이며 건물 양식은 당나라와 인도 영향을 받았다.

내가 찾아간 시각이 아침 9시경이다. 티베트에서 가장 성스런 이곳에 오기 위해
밤을 새워 전국에서 모여든 신도들과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한 사람의 참례자가 되어 사원 안에 들어선다.
양철 통 속에 야크 버터로 불을 붙인 촛불들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찰 안에 이르자 신도들은 자리를 잡고 오체투지를 계속하고 있다.
땅바닥에 그대로 절을 한 다음 양팔을 길게 쭉 펴서 엎드린 자세이다.
오체투지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고통보다는 희열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한다.
내세의 행복을 확신하는 기쁨이 번져 흐르고 있다.

경배하길 이 보다 더 간절한 모습을 본 일이 없다.
팔. 다리, 심장, 머리를 땅에 대고 지극 정성으로 바치는 인신공양의 자세이다.
땅에 머리를 대고 숨을 멈추고 타오르는 촛불이 된 자세이다.
대부분이 고산과 사막으로 황무지나 다름없건만,
오체투지로 조캉사원까지 오는 동안 티베트인들은 땅과 심신이 일체가 되었을 것이다. 

매일 이 곳에 와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방에서 출발하여 조캉사원을 향해 일생의 소원으로 몇 년을 걸려 온 사람들도 있다.
출발에서부터 조캉사원에 닿을 때까지 오체투지를 하면서 오기 때문에 몇 년이 걸리게 된다.
순례 과정에서 조캉사원까지 오지 못한 채 죽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그들은 아무 후회 없이 편안한 죽음을 택한다는 것이다.
티베트인들의 마음은 라사 조캉사원을 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조캉사원에서 안내인으로부터 슬픈 얘기를 듣는다.
집안이 아주 곤궁한 처녀가 시집가기를 포기하고 사찰에 몸을 파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처녀가 몸을 바치는 것은 내세에 좋은 환생을 바라는 뜻에서다.
처녀는 죽어 하나의 피리가 된다.
처녀의 몸은 살과 뼈로 갈라져 독수리에게 주어지고, 나중에 남은 어깨뼈나 다리뼈를 거두어
사찰에서 피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나의 피리로 남은 처녀……. 피리 소리로 울리는 처녀의 영혼…….
일생에 한 번 오체투지로 사막과 황무지를 건너 조캉사원에 와서 엎드려
그 피리소리를 듣는 티베트의 구도자들……. 

티베트에서 불교축제가 열리는 8월 4일이나 불교 의식이 있는 특별한 날이면,
처녀의 뼈로 만든 피리들로 찬불가가 연주된다.
순결한 소녀들의 영혼이 내는 뼈 피리 소릴 들을 수 있다니, 온 몸의 뼈가 떨리는 듯하다.
그 소릴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있으랴.
오체투지로 땅바닥에 가슴을 대고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랴.
16세 처녀의 뼈에서 들려오는 영혼 피리 소리…….
뼈마디 구멍 속에서 맑게 울려 나오는 그리움의 음절…….
무엇을 더 바라며 무엇인들 버리지 못하랴.

그리움에 목이 멘 날에는 티베트 라사 조캉사원으로 가볼까.
오체투지로 땅에 엎드려 영원의 피리 소리를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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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남강이 낳은 문인 정목일 수필가.

그의 수필은 푸른 남강 물결 같다.

물결 위를 스치는 바람 같다.

현상과 사물을 보는심안이 특별하다.

그의 대상에 대한 통찰력은 소쇄하고 부드럽다.

한국 수필의 맥을 이어 가는 그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오늘도 좋은 수필의 질료를 찿아 남강변을 거닌다.


2014년 12월 31일.

귀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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