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1 00:41
書藝와 人格修養
中齋 申允九
목차
Ⅰ序論
Ⅱ書藝의 修養的 特性
1. 書與其人
2. 心正則筆正
3. 技藝와 修養
Ⅲ 結論
Ⅰ. 緖 論
서예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양 특유의 전통예술로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모필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예술이다. 또한 문자의 조형적인 특징에 의거하여 다양한 기법을 동원한 예술적인 구상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중국 문자는 물체나 대상을 형상화한 그림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그 원시적인 그림문자가 점차 실용화와 장식화 등 변화를 거듭하며 예술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서예는 文字를 아름답게 표현한 예술로 인식되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한자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글자마다 의상(意象)이나 미적인 요소를 생성할 때부터 함축하고 있었다.
서예는 중국에서는 서법(書法)이라 하며,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예 (書藝)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서예는 법이나 도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서예라는 말 그대로 글씨(書)를 예술로서의 가치 즉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세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먼저 글씨가 변화해 온 여러 가지 법을 폭넓게 익히고 도를 닦는 마음으로 글씨에 임하며 나아가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서예의 특성은 藝術性, 修身性, 學問性1)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書는 문자의 역사와 함께 발전하였는데 역사가 悠久하고 자료 또한 풍부하다. 특히 동양문화권에 있어서 書는 실용의 도구를 넘어 문화역량을 끊임없이 발휘해 왔다. 그 속에서 書文化의 가장 큰 특성중에 하나는 書의 연마를 통한 人格修養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조상들은 身 · 言 · 書 · 判이라하여 개인의 인격을 판단하고 사람을 선발하는 척도로 삼아왔는데, 이는 書로써 그의 사람됨 즉 人格의 賢, 不賢에 의하여 書가 평가되기도 하였음을 의미한다.
書와 人格과의 관계를 논한 글로 書與其人, 書則心鏡, 心正則筆正 이라는 말이 전한다. 이는 올바른 정신을 가져야 좋은 글씨가 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이 습관이되면 자연히 올바른 사람이 된다고 하여 孔子는 六藝(禮 · 樂 · 射 · 御 · 書 · 數)의 하나로 重要視하였다.
서예는 시대의 변천이나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서예를 표현하는 작가의 내재된 심성과 그 심성을 표현해 내는 내면적인 요소들은 시대가 변하여도 그 根本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書藝術은 書者性情의 發露이며 그 性情을 먼저 다스리는 것이 서예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性情을 다스리고 높은 경지에 이르려면 그 길이 험한 법이다. 서예는 어디까지나 古法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한 創新을 하지 않으면 수려한 작품을 얻기 어려운 것이다. 아울러 서예에 대한 폭 넓은 감식안(鑑識眼)과 함양(涵養)을 필요로 하며, 학문을 바탕으로 한 덕성과 수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점에 중점을 두어 서예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에 학문을 바탕으로 한 수양적인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書藝의 修養的 特性
1. 書與其人
‘書如其人’은 곧 ‘글씨는 그 사람’ 이라는 말로서, 其人의 의미는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품, 교양, 학문 등을 포함한 의미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자기 필체가 있다. 서양은 물론 동양에서도 사인(Sign)이 그 사람을 대표하는 징표나 印鑑으로도 쓰이고 있다.
글씨는 아무리 잘 써도 소용이 없다. 이 말은 그 사람의 됨됨이가 되어 있지 못하면 주옥같은 글씨나 작품을 남겨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도산 안창호 선생,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 그 밖의 존경받은 이의 글씨는 그 작품수준의 고하를 떠나 선호하며, 매국노나 존경받지 못한 이의 書畵작품들은 그 작품이 수려할지언정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글씨를 쓸 때는 한갓 흥미나 아름다움의 창조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씨를 통해 마음을 수양하고 정서를 함양하며 나아가 더 나은 인격을 형성하는 일에 더 큰 뜻을 두어야 할 것이다.
書譜에서 孫過庭은 사람의 성정에 따라 글씨의 품격이 달리 표현된다고 말한다.
서예를 배움에 처음에는 어느 한 一家를 宗師로 삼아 정진하지만, 나중에는 첨차 여러 다른 서체로 바뀌게 된다. 이는 사람의 성정과 기호가 각기 다른 까닭에, 결국에는 서예 역시 그 사람의 성정과 기호에 따라 다양한 자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성정이 박실하고 올곧은 사람은 그 서예가 올바르기에 수려함이 부족하다. 강직하여 완고한 사람은 그 서예가 딱딱하고 메마르다. 근엄하고 고지식한 사람은 그 서예 또한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어색한 면이 있다. 경솔하여 제멋대로인 사람은 그 글씨도 규범에서 어긋나는 경향이 있다. 성격이 온화한 사람은 용필이 가냘프고 힘이 없다. 거칠고 급한 사람은 붓놀림이 항상 다급한 면이 있다. 의심이 많아 망설이는 성품의 사람은 용필이 지체되어 그 흐름이 시원하지 못하다. 성정이 굼뜨고 느린 사람은 항상 붓놀림이 우둔하다. 경박하고 옹졸한 사람은 세속의 영향을 잘 받아 글씨 또한 속되다. 이 모든 것은 각기 자신만의 특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큰 書道를 보지 못하고 스스로만을 고집한 결과이다.2)
손과정은 이 부분에서 개성과 서예의 관계에 나타난 여러 문제를 짚고 있다. 이러한 폐단을 해결하는 길은 절제 혹은 조절이다. 예컨대 성정이 너무 온화한 사람은 좀 더 힘있고 호방한 쪽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으며, 너무 딱딱하고 고지식한 성격은 근엄함을 조금 절제하여 부드럽고 여유 있게 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손과정은
각각 하나의 글자는 모두 점과 획이 모여 이루어진 것인바, 만약 앞 사람들이 쓴 글씨를 두루 연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열심히 연마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반초(班超)3)가 붓을 내던진 일로 변명을 삼거나 혹은 항우(項羽)가 서예를 우습게 생각한 교만을 빌미로 자기만족에 빠져4), 마음대로 붓을 놀려 쓴 글씨로 스스로 하나의 서체를 삼거나 제멋대로 질러놓은 점획으로 자형(字形)을 이루고는, 마음으로는 임모의 방법을 깨닫지 못하고 손으로는 더더욱 붓놀림의 이치를 터득하지 못하면서도 서예의 미묘한 경지에 이르고자 한다면, 이 어찌 커다란 착오가 아니겠는가!5)
이 말은 노력도 하지 않고 필법을 깨닫지 못하면서 멋대로 자기 나름의 서예를 구축하려는 이들을 질타한 내용이다. “앞사람들이 쓴 글씨를 두루 연구하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열심히 연마”한다는 것은 서예를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자 자세이다. 또한 손과정은 “마음대로 쓴 글씨로써 스스로 하나의 서체를 삼거나 제멋대로 질러놓은 점획으로 字形을 이루는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지금 사람들이 전통은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독창과 혁신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退溪先生은 “무릇 書는 心畵이다. 心畵가 드러나는 바는 진실로 그 사람을 미루어 알 수 있다”6) 라고 말하여 書與其人의 의미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곧 書가 그 사람의 인격 그 자체가 書에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吳世昌은 書를 통하여 군자와 소인과의 관계를 말하였다. 먼저 군자와 소인이 書를 대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어 書를 통하여 군자와 소인이 구별되는 근원으로 삼았다.
무릇 사람의 기예는 비록 같으나 마음을 쓴 즉 다르다. 군자는 藝에 寓意할 따름이요, 소인은 藝에 留意할 따름이다. 藝에 留意하는 것은 工師, 隸匠으로 재주를 팔아 먹기에 힘쓰는 자가 할 바이다. 藝에 寓意하는 자는 高人과 雅士와 같이 마음으로 妙理를 탐구하는 자가 할 바이니, 어찌 이에 留意하여 그 마음을 쌓을 수 있겠는가?7)
書에 대한 마음을 씀에 군자는 書에 붙여서 자신의 생각을 寓意하고, 소인은 마음을 오직 이 자체에만 매달린다(留意). 이것이 소인과 군자의 구별이 되는 출발점으로 서를 대하는 자세가 본질적으로 다름을 알 수 있다. 孟子는 대인과 소인을 철저히 구별되는 인간형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몸에는 귀한 것과 천한 것이 있으며, 작은 것과 큰 것이 있으니,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을 해치지 말며, 천한 것을 가지고 귀한 것을 해치지 말하야 한다. 작은 것을 기르는 사람은 소인이 되고 큰 것을 기르는 사람은 대인이 되는 것이다.8)
소인은 감관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을 주관심사로 한다면 대인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실현시키려는 사람이다. 맹자는 감관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것을 小體를 기르는 것이라고 하고, 인간의 본질적 욕구9)를 실현시키려는 것을 大體를 기르는 것이라고 보았다. 대인의 제일차적 관심사는 진정한 주체성의 확립이다. 이 주체성을 맹자는 大我라고 보고 먼저 대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말하기를 “먼저 大體를 확립하여 놓으면 小體는 大體를 빼앗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인이 되는 것일 따름이다.”10)라고 하였다. 주체성을 확립한 대인은 인간을 조그마한 소우주로 보아 만물과 일체관을 가진다.
만물의 이치가 다 내게 갖추어져 있으니 자기를 반성하면서 정성을 다하면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고, 힘써 미루어 행하면 인을 구하기란 이보다 가까운 것이 없다.11)
자기 반성을 통하여 정성을 하다고 이를 힘써 행하는 것이 大體를 확립하는 것이며, 大人이 되는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소동파는
사람의 모습에는 미추가 있으나 군자와 소인의 모습을 가릴 수 없고, 말에는 달변과 눌변이 있으나 군자와 소인의 기를 속일 수 없으며, 글씨에는 工과 拙이 있으나 군자와 소인의 마음을 亂할 수는 없는 것이다.12)
라고 말하여 소인이 글씨를 가지고 자신의 내재된 인격을 덮으려 하여도 순간적으로 가릴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덮을 수 없고, 글씨에 소인 됨이 드러나게 된다. 이 또한 書與其人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다.
한나라 양웅(揚雄)은
무릇 말이라는 것은 마음의 소리이고, 글씨라는 것은 마음의 그림이다. 소리는 형태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것을 보면 군자와 소인이 저절로 나타난다.13)
서예에서 군자와 소인의 구분을 나타낸다는 것은 내심의 품격이므로 서예의 미는 곧 사람의 품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서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결국 인격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다. 명나라말 의 항목(項穆)14)은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서예를 논하는 것은 상을 논하는 것과 같고, 서예를 보는 것은 사람을 보는 것과 같다.15)
項穆은 서예가 사람들에게 보고 느끼게 한다고 잘 묘사하였으니, 이는 바로 고귀한 품격을 사람들에게 느끼도록 한다는 말이다.
대개 책을 열 때의 처음은 마치 고상한 사람이나 군자가 먼 데서 오는 것 같아 멀리 바라보면 품격이 위엄있고 법이 있으며, 맑고 수려하면서 단정하고 표표하기는 마치 신선과 같고 장대하기는 마치 존귀한 사람과 같다. 그 문에 들어섬에 가까이 살펴보면 기운과 몸체가 채워지고 화목하며, 용모와 거동이 점잖고 그윽하며, 후덕하기는 마치 허하고 어리석은 사람 같고, 위중하기는 마치 산과 같다. 그 자리에 이러러 그릇이 큰 몸가짐이 있고, 말의 기운이 차서 귀를 기울이게 되고, 떨침에 성내지 않고 경계함에 놀라지 않고 유혹함에 옮기지 않고 업신여김에 굴하지 않으면서 도의 기운과 덕이 찬란하여 은근히 무리를 복종시켜 비루하고 인색한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사라지게 한다.16)
여기까지만 올라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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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기인(書如其人) 이란 말이 서예를 정의하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서예란 기초를 튼실하게 하고, 故人의 품격 높은 글을 臨書를 통해
익혀야 하는 것인가 보다.
상기 논문은 서예하는 분이면 한 번씩 읽고 마음에 새겨야 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