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귀거래사 다시 읽기

2016.03.16 18:46

귀담 Views:1692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네
            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것인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 없음을 깨달았노라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노라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고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노라
 
            舟遙遙以輕 양 (주요요이경양) (風易)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 보며,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스러워 하노라
            乃瞻衡宇  (내첨형우)
            마침내 멀리 우리 대문과 처마가 보이고
            載欣載奔  (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노라
            僕歡迎  (동복환영)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稚子候門  (치자후문)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 흔들어 나를 맞는구나
            三徑就荒  (삼경취황)
            안의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松菊猶存  (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구나
            携幼入室  (휴유입실)
            어린 잡고 방에 들어오니,
            有酒盈樽  (유주영준)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단지 끌어당겨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노라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가에 기대어 마냥 의기 양양해하니,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얼마나 편한가.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날마다 동산을 거닐며 즐거운마음으로 바라 보며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문이야 달아 놓았지만 찾아오는 없어 항상 닫혀 있구나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지팡이에 늙은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 하늘을 바라 보네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알고
            影以翳以將入 (영이예이장입)
            저녁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구나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왔노라.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세상과 사귀지 않고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하겠노라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즐거워하고,
            樂琴書以消憂  (낙금서이소우)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시름을 달래리라.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련다.
            或命巾車  (혹명건거)
            혹은 장식한 수레를 부르고,
            或棹孤舟  (혹도고주)
            혹은 척의 배를 저어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험한 산을 넘어 언덕을 지나가리라.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나무들은 즐거운 생기있게 자라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물은 졸졸 솟아 흐르네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만물이 때를 얻어 즐거워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의 생이 머지 않았음을 느끼노라
 
 
            已矣乎! (기의호)
            인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얼마이리.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노라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或植杖而耘 (혹식장이운자)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하며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노라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복해의)

             주어진 천명을 즐길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이름은 잠(潛). 字는 연명(淵明). 동진의 강서 채상 사람. 晉의 대사마(大司馬) 도간(陶侃)의 증손.
어려서부터 시문을 좋아하고,천성적으로 산천의 풍물을 사랑했다. 벼슬할 뜻은 없었으나
집안이 빈한하여 평택의 현령이 되었다.郡의 督郵 (지방을 관리하는 관리)가 온다고하여
縣의 소리(小吏)가 연명에게 속대[朝服]를 입혀 배알 시키려 하자 연명은 탄식하며
"나, 닷 말의 쌀 때문에 촌놈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라고 말하고는

 그날로 관인을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 가면서 歸去來辭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집앞에 다섯그루의 버들나무를 심고 스스로 "五柳先生"이라 불렀다.
사영운(謝靈運)을 산수시인이라 부르고, 연명을 전원시인이라 칭한다.
너무나 유명한 산문시라 모르면 창피할 정도로 알려진 도연명 최고봉의 詩라고 하겠다.    


오두미五斗米를 위爲해 허리를 꺾는다  

오두미는 쌀 다섯 말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 쥐꼬리만 한 월급을 말한다.
‘다섯 말 쌀을 얻기 위해 허리를 꺾는다’ 는 것은

얼마 안 되는 박봉을 타기 위해 아니꼽게 상관을 섬겨야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유명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는,

그가 이 오두미로 인해 허리를 꺾을 수가 없어 벼슬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 지은 글이다.
도연명은 동진東晋 말년의 어지러운 세상에 태어나서 출세에는 별로 뜻이 없고

자연과 술과 글을 즐기며 평생을 보낸 위대한 시인이다.

진서晉書 은일전隱逸傳과 송서宋書에는 도연명에 대한 이런 이야기를 싣고 있다.
그는 처음 강주江州의 좨주(祭酒-學務局長)가 되었으나 관리로서의 번거로운 일들이 싫어서

 곧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뒤 손수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해 가는 동안 친구들에게 “고을 원이라도 되어 궁핍함을 면해 볼까 하는데”

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팽택현彭澤縣 원을 맡게 되었다.
고을 원이 된 도연명은 그 수확으로 자기 봉록을 삼는 마을 공전公田에다가 전부 찹쌀 농사를 짓게 하였다.

“나는 늘 술에 취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식구들이 조르는 바람에 경頃50묘에는 찰벼를 심게 하고 나머지 50묘에는 벼를 심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사가 순찰관을 팽택현으로 보냈다. 고을 아전들이,
“예복을 입고 맞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라고 했다.

가뜩이나 벼슬에 뜻이 없던 도연명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어찌 쌀 다섯 말 때문에 허리를 꺾고 시골 어린 아이를 대할 수 있겠는가

 (我豈能爲五斗米 拜腰向鄕里小兒)”하고 그날로 직인을 끌러 놓고 떠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귀거래사’라는 문장으로 더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살기 위해 하기 싫은 말단벼슬을 하는 많은 문사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라서

더욱 생명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문고리 곁에 붙여 놓고 매일 한 번씩 읽어 본다>

IMG_1374.JPG


漢字 意

來는 助字. 兮는 강조 영탄의 조사.

蕪거칠어질 무. 形役- 육체에 사역되는 것. 奚: 어찌해 의문사. 

추창惆 悵ㅡ슬프하고 근심함. 惆 심심할 추 悵 슬퍼할창

이왕지불간 : 已往之不諫- 지나간 일은 충고할 수 없다는 뜻.  已往之事 이미 지나간 일.

내자지가추 : 來者之可追- 장래의 일을 따라가서 고칠 수 있음.

塗진흙도 途길도와 같음.= 인생길.

금시이작비: 今是而昨非 지금은 옳고 어제까지는 틀렸다.


遙遙요요 흔들리는 모양. 飄飄펄럭이는 모양.  征夫: 나그네.

신광지희미 : 새벽빛이 환하지 못함


衡宇: 대문과 처마.   동복僮僕 : 심부름꾼 - 僮아이동僕종복

재흔재분 : 載는 卽과 같음 -- 기뻐하여 달려 감 .

三徑:세갈래 길 --대문 뒷문 우물로 가는 길.

就荒 : 풀이 무성하여 황폐함.  引壺觴-인호상 :술단지와 술잔을 끌여 당겨서

眄애꾸눈 면.      寄傲기오 ; 꺼리낌 없이 자유스러운 모습으로 있는 것.

審살필 심 : 잘 아는 것. 용슬지이안 : 무릎을 겨우 넣을만한 장소. 편안한 장소.


日涉일섭-- 날마다 산책함.  成趣성취 -- 멋있는 조망. 流憩유계-- 이리저리 거닐다가 아무데서나 쉬는 것.

憩쉴 계.   矯바로잡을 교. 높이 듦. 岫산글 수.산봉우리 景경치경. 햇빛.  翳翳어둑어둑한 모양.

盤桓-- 서성거리는것

憩: 쉴계.


息숨쉴 식. 息交絶遊-- 교제를 그만두고 교유를 끊음. 相遺-- 서로 잊는 것.

駕멍애 가. 駕言-- 수레에 말을 메고. 言은 "여기에"라는 조사로 쓰임.

焉求-- 무엇을 구하리오.  情話-- 진정성이있는 말. 琴書-- 거문고와 책. 西疇: 서쪽의 전답.

巾車-- 衣車라고도 함. 수건으로 씌운 수레.  窈그윽할 요. 窕정숙할 조. 요조窈窕-- 구불구불하고 깊숙한 것.

深壑-- 골짜기를 찿아 감.  崎嶇-- 산길이 평탄치 못한 것. 험한 것.欣欣흔흔-- 즐거운듯 활기가 넘치는 것.

涓涓 -- 셈물이 솟아 오르는 모양. 行休: 점점 끝에 이름. 죽는 것.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375 모홍크의 하루 : 산마늘- 명이나물 이야기 [1] [4] file 귀담 2016.05.15 854
374 대금산조 [1] 목향 2016.05.14 782
373 행복은 [2] file 귀담 2016.05.09 774
372 산행 [1] file 귀담 2016.05.09 810
371 소록도를 행복하게 만든 거룩한 손 [2] file 목향 2016.04.23 1086
370 훈민정음 서문 연습 [2] file 귀담 2016.04.20 1269
369 한글서예-- 국화 옆에서 file 귀담 2016.04.04 1454
368 금문 <竹存者--眞覺慧諶> file 귀담 2016.04.01 1180
367 목련 file 귀담 2016.04.01 895
366 신록기l [1] file 목향 2016.03.28 1144
365 蘇軾 의 家設 -- <蘇軾 家說 送同 年 張琥 句 > [1] file 귀담 2016.03.26 1690
364 아리랑 [2] 귀담 2016.03.24 914
363 file 목향 2016.03.17 1012
» 귀거래사 다시 읽기 [2] file 귀담 2016.03.16 1692
361 3월 봄비 - 정목일 file 귀담 2016.03.06 1061
360 영월에 찍힌 역사의 두 쉼표 file 목향 2016.03.05 1210
359 薄薄酒 박박주-- 소동파 詩 file 귀담 2016.03.05 1862
358 난초와 매화 / 알파고: 이세돌 바둑대결 [3] file 귀담 2016.03.03 3150
357 四君子: 난초 그리기 -- 蘭描法 [5] file 귀담 2016.02.27 5253
356 기수결 起手訣 [1] file 귀담 2016.02.26 2745
355 四君子 - 매화연습 [2] file 귀담 2016.02.24 2411
354 墨法辨 - 추사 김정희 [2] [1] 귀담 2016.02.23 21332
353 四君子 -- 梅花 [3] file 귀담 2016.02.13 2519
352 산수유 꽃 [3] file 목향 2016.02.12 2290
351 梅花 그리기 [ 1 ] - 梅描法 [3] file 귀담 2016.02.09 2350
350 추일우성 붓글로 익히다 [5] file 귀담 2016.02.04 2516
349 봄이오는 길목 -- 한글서예 판본체 [2] file 귀담 2016.02.02 3225
348 北魏 元禎墓誌銘 (원정묘지명) [1] file 귀담 2016.02.01 2389
347 詩와 書 [1] file 귀담 2016.01.30 2038
346 金龜를 팔아 술마신 시인들 [2] file 귀담 2016.01.26 1986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