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하루살이의 죽음

2017.04.01 16:11

목향 Views:283

하루살이의 죽음

鄭 木 日

노을을 바라보면 막연히 인생이 무얼까하는 풀벌레 소리같이 애잔한 마음이 들면서, 인생이라는 말, 그 자체에 그만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어느새 들어온 하루살이들이 전등불을 에워싸며 날고 있다. 그냥 날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불을 따라 빙빙 돌다가 방바닥이며 책상 위로 떨어지고 있다. 죽음이 꽃잎처럼 떨어지고 그들의 일생이 떨어지고 있는데, 누구도 눈썹 한번 깜박거려 주지 않는다.

 

대저 죽음이란 이런 것인가. 떨어져 숨을 거둔 하루살이를 한 마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작은 개미처럼 생긴 몸매에 유리같이 맑은 두 장의 날개가 겨드랑이에 달려 있다.

이제 그들의 생애는 끝났는가. 하루살이의 전 생애인 하루여! 그 하루는 시계의 초점이 재고 있는 24시간이 아닐 듯싶다. 하루살이의 하루야말로 어쩌면 나무의 수백 년이나 동물들의 수십 년의 연륜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하루살이들은 밤이 새벽으로 변신하는 여명을 보았을까? 사라지는 노을과 단 몇 분 동안에 반짝거리다 스러지는 이슬을 보았을까?

 

인간의 생애도 하루살이의 생애와 무엇이 다를 수 있겠는가. 일생을 끝마치는 데 단 하루가 필요한 그들과는 달리 인간에게는 수많은 하루가 있다는 차이 밖에 없을 듯하다.

하루살이들은 그들의 생애인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하루살이의 죽음을 보고 있노라니, 그 죽음에서 하루가 되살아나 무언가 말해 줄 것만 같다.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모든 생물들의 일생도 하루의 연속에 불과하다는 것을……. 하루살이에게는 하루가 바로 전 생애이듯 모든 생물들의 생애도 하루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루살이의 죽음! 그 죽음에서 나의 하루를 발견한다. 내 생애의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고 싶은 욕망이 뭉클 치밀어 오른다. 하루가 바로 당신의 전 생애일 수 있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이란, 흔적도 없는 바람이며 물결처럼 느껴진다. 임종을 앞둔 노을같이. 단풍같이 무언가 생애를 쥐어짜내어 어떤 빛깔이라도 표현하지 않는다면 어둠 같은 허무이리라. 누군가가 '당신의 하루살이는 지루하리만큼 한가하지 않았느냐?'고 말할 듯싶다.

 

무의미 속에 묻혀버린 수많은 나의 하루여,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하루살이의 생애와 하루를 생각하면서 창가로 가 어둠을 바라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별빛은 어둠 속으로 무심히 내리고 하루살이는 일생을 끝내고 소리 없이 죽음을 맞고 있다. 나도 언젠가 하루살이와 같은 죽음을 맞이하리라.

 

사라지는 하루를 본다. 인간도 하루씩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느낀다. 하루의 일생을 끝내고 하루살이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하루살이는 내일이란 미래를 아예 알지 못한다. 오로지 햇빛 속에서만 혼신을 쏟은 일생을 마치고 있다. 치열하고 후회 없는 마지막의 모습이다. 하루살이의 일생을 보면서 나의 하루살이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인간도 오늘이란 하루씩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일생을 거두고 있는 하루살이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나도 하루씩 최선을 다하는 하루살이이고 싶다.”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435 서예(붓글씨) 초보자 기초입문 동영상강의-필독 [11] [2] file 정일헌 2015.05.09 272645
434 묵필방에 글 올리는 방법 [11] file 귀담 2013.05.25 140870
433 구성궁예천명 기초획 동영상 전체 [2] file 정일헌 2015.05.09 74832
432 천자문 초서 공부 [1] [2] file 귀담 2016.05.16 54122
431 일본은 망했다 / 충격적 보고서 [19] [5] file 귀담 2013.07.20 46830
430 소헌 정도준의 격려편지와 작품 [10] [1] file 귀담 2013.04.20 41874
429 서예작품감상 [1] [1] 정일헌 2015.05.09 41605
428 한글 흘림체 연습 [2] file 귀담 2014.11.02 32792
427 採山釣水 채산조수 [1] file 귀담 2015.08.20 29726
426 ★★★ 음악소스용어와 음악주소찾기- 음악주소만들기 [1] 귀담 2013.02.17 23229
425 墨法辨 - 추사 김정희 [2] [1] 귀담 2016.02.23 21332
424 서산대사의 名詩 [14] file 귀담 2015.02.22 17947
423 시진평 주석이 선물한 서예작품 [7] file 귀담 2013.06.28 16419
422 와이료 [4] file 전영숙(33) 2014.12.29 16380
421 신춘 揮毫 -- 草書 file 귀담 2017.01.11 16146
420 삶과 죽음 [1] --- 빈센트 반 고흐 [2] file 귀담 2013.08.25 15380
419 남강문학회 [2] file 전영숙(33) 2015.12.20 14860
418 손자손녀 이름 짓기 [13] [1] file 귀담 2013.07.14 14184
417 싱그러운 시골풍경 / 전영숙(33) [8] file 귀담 2013.07.18 13764
416 한글 판본체(고체)공부자료 [4] file 정일헌 2015.06.03 12578
415 붓 관리와 먹물 사용요령 정일헌 2015.05.08 12002
414 판본체 고체 쓰기 연습 : 용비어천가 file 귀담 2013.03.06 11008
413 朱熹의 四季詩 [2] file 귀담 2016.11.09 10842
412 구성궁예천명 기초획 [5] file 정일헌 2015.05.09 10747
411 일본 방사능 오염 이야기 [20] 귀담 2013.07.31 10578
410 정감록 (鄭 鑑 錄 )은 북한의 패망을 예언 하나? [3] file 귀담 2014.03.27 10181
409 집자성교서 集字聖敎序 [1] file 귀담 2013.08.24 10181
408 피천득의 명시 <지금 이 순간> [1] 목향 2014.07.25 10076
407 싸가지 없이~~~~ [2] file 귀담 2013.09.23 10038
406 소동파의 적벽부 (赤壁賦 ) [ 1 ] [2] file 귀담 2013.06.21 9824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