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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를 행복하게 만든 거룩한 손

-소록도의 천사, 두 수녀님께

정 목 일

 

마리안 수녀님!

마가레트 수녀님!

 

수녀님들이 43년간의 봉사를 끝내시고 소록도를 떠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수녀님을 뵙지 못하였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손을 가진 두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수녀님의 삶은 시들지 않는 목련꽃처럼 정결하고 향기롭습니다. 일생에 한 번 피운 꽃의 사랑과 향기로 병고와 절망에 빠진 한샌환자들에게 다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눈물조차 마른 그들의 손을 잡으며 아픔을 지우는 노래가 돼주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사랑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기도하셨지요. 자신들의 한 생애가 환자들의 고통을 잠재우고 평온이 깃드는 힘이 되길 간절히 기구하셨습니다.

수녀님들은 꽃다운 이십대에 고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소록도 나환자수용소에 와서 일흔이 넘으시도록 한샌병자들의 어머니가 되셨지요. ‘환자들의 고통과 신음을 대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기도로 밤을 새우기도 하고, 함께 애환을 나누셨습니다. 극진한 돌봄과 간호로 환자들이 절망을 뚫고 치유되는 것을 볼 때마다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쳤습니다.

마리안 수녀님은 1959년에, 마가레트 수녀님은 1962년에 소록도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두 수녀는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한샌병자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셨지요.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주고, 한샌인 자녀들을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셨습니다. 보육과 자활정착을 위한 사업에도 헌신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친 두 수녀님을 할매라고 불렀습니다. 20대에 소록도에 와서 수천 환자의 손발이 돼 살아가며 일흔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병원 측이 마련한 회갑 잔치마저 기도하러 간다며 피하셨다지요. 본국 수녀원에서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의 우유와 간식비, 그리고 성한 몸이 되어 떠나는 사람들의 노자로 나눠 주셨습니다.

수녀님들은 2007521,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나셨습니다. 누구에겐가 알려질까봐 조용히 종적을 감추셨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만 남겨 놓았습니다. 두 수녀님의 귀향길에는 소록도에 올 때 가지고 온 해진 가방 한 개 씩 뿐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습니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에 대해

이 편지로써 용서를 빕니다.

마리안 수녀님!

마가레트 수녀님!

 

저는 언젠가 한샌환자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환자들과 악수하고 음료수를 대접받으며 속으로 꺼림직 한 심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그 곳을 나와 몇 번이나 손을 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녀님들은 평생 동안 간호와 사랑으로 헌신한 한샌인들을 사랑하는 친구 은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랑과 친구가 어떤 것인지를 우리들에게 알려주십니다. 사랑은 조건이 없는 것이며, 한정이 없음을 가르쳐 주십니다. 어떤 상황과 처지이든지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다하는 것임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런 사랑을 보여주신 두 수녀님이 계셨기에 소록도 한샌인들은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평화를 얻었습니다.

평생 동안 간호하고 도왔던 그들에게 보답의 인사를 받길 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은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가 되자, 자신들의 존재가 오히려 짐이 됨을 안 까닭에 사랑하는 친구 은인을 떠나게 된 것임을 편지 한 통으로 알려주셨습니다.

작별인사도 없이 떠난 수녀님들 때문에 섬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고 합니다. 소록도 주민들과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수녀님들의 선행과 봉사는 잊혀지지 않는 감동과 그리움의 분수로 영원히 뿜어 오를 것입니다. 수녀님들은 하느님께서 한국 한샌병자들을 위하여 보내주신 거룩한 천사들이십니다.

어떤 대가도 명예도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생명이 있고 움직일 수 있는 한 환자들을 돌볼 수 있길 바라며 기도하셨습니다. 환자들의 고통과 어둠을 밝히는 한 자루씩의 촛불로 온전히 삶을 다 태우려 하셨습니다.

수녀님들은 하느님께서 환자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약을 발라줄 수 있는 손을 주신데 대해 감사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그 보다 거룩한 마음과 아름다운 손이 어디 있을까요.

마리안 수녀님!

마가레트 수녀님!

 

두 분은 한국 한샌환자들의 어머니이시며, 소록도의 천사이십니다. 한국인들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감동과 거룩한 희생을 가르쳐 주신 은인이십니다. 아름다운 헌신과 향기로운 일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셨습니다. 사랑의 위대함과 그 힘을 알려주셨습니다.

소록도 주민들과 한국인들은 진정한 사랑과 봉사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주신 두 수녀님을 언제나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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