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8 00:16
욕쟁이 새
봄날은 괴롭다.
앞 뜰 사방나무에 앉은 꽁지 간지러운 부부새
가라지 전조등 위에 또 새집을 짓는다.
이 놈아, 거기는 나무 등궐이 아니야
타일러도 타일러도 귀먹은 새.
품싹들어 둥그런 새집 하나 올려 놓았다.
나는 사다리를 놓고 새집을 뜯어 버렸다.
이른 아침 일하러 가려는데 가슴 붉은 부부새
이놈아~이놈아 이놈아~ 이놈아 욕설을 한다.
인간세상 말 욕부터 먼저 배운 새.
지 잘못 모르고 욕부터 하구나.
활짝핀 데포데일 꽃 배꼽 잡고 웃는다.
2013.04.28 01:21
2013.05.12 03:52
화살같이 날아가는 세월
走馬看山이라더니 세월이 강물 흐르듯 어디론가 흘러 간다.
발을 걷어 올리니 5월의 초록이 춤을 추며 다가 선다.
모두가 연두빛 새잎들이다.
하늘은 어제보다 더 가슴을 넓혀 푸르고 높다.
뭉게구름 한송이 화선지에 먹물 퍼지 듯 한가로운데
사랑의 눈빛 없이는 어이 이 5월을 맞으리.
뒷 숲의 떨어진 가지들을 치우며
겨우내 찌든 서정을 씻어낸다.
큰 파크용 나무테이불 두 개를 놓았다.
올 여름 내 작은 꿈을 키울 그늘아래로
몇 권의 책과 붓과 화선지를 옮겨 놓으리라.
지난 주말에 뿌린 잔디씨가 간밤의 비로 싹을 틔웠나 보다
짙은 청보라빛 이랑이 보인다.
잔디를 살뿐 살뿐 밟고 다가 오는 <라면>이 보인다.
환상의 바람결을 타고 오는 사랑하는 나의 <라면>이 보인다.
내 노년의 꿈이 피는 작은 공간이다.
책읽다 졸음이 오면 꿈을 뒤척이는 곳이다.
<라면>의 육신의 가루를 뿌려 놓은 곳이기도 하다.
ㅏ
작년 여름 어느날 <라면>과 함께 망중한을 누리며 <한단고기>를 읽고 있는 모습.
우연히 발견하고 여기 추신한다.
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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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쓴지 어언 한 평생 60년이 되어 간다.
중간에 엇나가기도 했지만 곧 돌아오는 관성의 법칙처럼
나는 언제나 詩로 되돌아 온다.
그런데 요즈음은 詩人들이 통 맘에 들지 않는다.
이유는 묻지 말자. 그저 맘에 안든다는 말만 하고 싶다.
오늘은 혼자 골방에 앉아 책을 정리했다.
오래된 책들 중에 1975년 5월19일 문학사상사에서 낸
서정주육필시선집을 찿았다.
세상에서 거의 사라지고 몇 권만 남아 있다는 책이다.
그 중에 내가 한 권을 소장하고 있으니 참으로 행운이다.
詩는 평생을 해도 완성되지 않는 미완의 예술이다.
요즘 사람들은 시만 쓰게 되면 껍적거린다.
쥐뿔도 모르면서 머리에 뿔이 나 있다.
그 뿔이 없어져야 비로소 시가 되기 시작한다.
죽기전에는 꼭 시집 한권을 세상에 남기려 한다.
아직은 익지 않았으니 어찌 풋감을 세상에 내리요.
홍시가 될 때까지 푹 익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