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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호박 보석

2016.01.18 18:41

목향 Views:1203

개미 호박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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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 木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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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의 목걸이를 본다. 노란 호박보석 안에 개미가 들어있다. 하얀 목덜미가 근질거리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개미가 호박보석 안에 갇히게 된 것일까. 개미를 목에 달고 다니는 여인을 바라본다.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있다고 할 지리도 개미 호박목걸이보다 관심 있게 보진 않았을 듯하다. 호박(琥珀)은 보석 중에서 유일하게 식물성이다. 인간이 동굴에서 살 때의 유적 속에 발견되기도 하고 동양에서는 칠보(七寶)의 하나로 장신구로 애용돼 왔다. 생성된 시기는 대략 3천만 년에서 5천만 년 전이다. 신생대에 소나무의 송진이 화산활동으로 땅 속으로 묻혀 화석이 된 것이다.

 

여인의 목덜미를 유심히 쳐다보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신기한 목걸이군요, 좀 자세히 보고 싶군요.” 허락을 받아 자세히 들여다본다. 호박보석 속에 꼼짝 없이 감금돼 있는 개미는 금방이라도 마법에서 풀려나기만 하면 밖으로 기어 나올 것만 같다.

 

개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몇 천만년 잠에 빠져있는 게 아닐까. 죽음을 맞은 모습이 아니다. 호박 속에서 움직이지는 않으나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략 3천만 년 전쯤 개미는 숲 속에서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마법(?)에 걸려서 호박 속에 갇히고 만 것이다.

 

소나무는 송진을 내어 영원을 만들 줄 안다. 몇 천만 년 전의 소나무 숲을 그려본다. 솔잎을 스쳐가는 바람소리. 개미 호박보석은 몇 천만 년이 찰나임을 말해준다. 삶과 죽음도 찰나이지만, 영원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생명체가 이룬 보석으로는 호박과 진주가 있다. 모든 생명체들은 한시적인 존재로써 사라지는 운명을 지녔다. 숨을 멈추기만 하면, 시간은 부패와 퇴색의 바이러스를 뿌려 망각 속으로 밀어 넣고 만다.

 

소나무가 송진을 내어 호박을 만드는 것은 영원과의 만남이 아닐까. 조개가 안으로 진주를 키우는 것은 영원과의 대면이 아닐까. 호박보석 속에는 수천 년 전의 햇살과 바람소리와 물방울의 속삭임이 간직돼 있다.

 

어느 날, 창녕 우포늪에 갔다. 그 곳에서 물방울 화석을 본 일이 있다. 금방 증발하여 사라지는 물방울들이 화석 속에 영원의 모습으로 맺혀있는 모습을 보았다. 몇 천 년 전의 빗소리가 들리고 빗방울의 촉감이 닿아오는 듯했다.

 

소나무 송진이 호박 보석이 되려면 몇 천 년이 걸려야 한다. 어느 날 개미가 무리를 이루어 숲속의 소나무 위로 먹이를 구하러 가던 중, 한순간 송진 속에 빠져서 오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개미는 투명한 송진 속에 빠져 생명을 잃었지만, 영원 속에 그대로 잠들어 있는 듯하다.

 

개미가 송진 속에 빠져 굳어진 호박을 본다. 수 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생생한 개미가 든 호박목걸이를 본다. 목덜미 위로 개미가 걸어 나올 듯하다. 희고 가냘픈 목이 근질거리지 않을까.

누가 호박 속에 갇힌 개미를 마법에서 구해 낼 수 없을까. 삼천만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생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개미보석이 그 어떤 보석보다 환하다. 보석들은 광석에서 캐내어 연마하고 가공한 것이지만, 호박이나 진주는 생명체가 이룬 결정체이기에 생명의 맥박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생명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어여쁜 여인이라 할지라도 1백년 미만의 삶을 누리리라. 여인의 목에 걸린 개미호박은 영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세월이 흐르고 언젠가 마법에서 풀려난 개미가 다시 깨어나 숲속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인간에게도 삶을 담는 영원 장치가 있다면 무엇일까. 인생의 발견과 깨달음을 꽃 피워 낸 기록은 호박이나 진주와 같은 보석이 아닐까.

씨의 개미호박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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