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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

2013.03.30 18:16

전영숙(33) Views:6105

한글서예
정 목 일

정목일 수필가
출생
1945년 8월 6일 (만 68세), 경남 진주시 | 닭띠, 사자자리
데뷔
1975년 월간문학 수필 당선
소속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학력
경남대학교 경영대학원

한글 서예를 보면 우리글의 아름다움이 넘쳐흐르고 있다.
화선지를 앞에 두고 모시옷 차림새의 여인이 단정히 붓을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정성껏 먹을 갈아 묵향은 은은히 마음까지 베이는 데, 섬섬옥수의 여인이 붓을 들고 있는 모습…….

한글의 모습은 난과 같은 선의 맵시, 매화와 같은 자태가 넘쳐흐른다.
물결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가운데, 백로처럼 깃을 펼친 모습에,
후덕한 인품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한글의 자태 이다.

한글은 볼수록 눈이 삼삼해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들국화이다.
복잡한 격식을 차리지 않고  간편하면서도 기품을 갖춘 모습이다.
한글 서예 병풍을 마주하면 어디선가 낭랑히 거문고 가락이 흘러나올 듯하고 시조창이 들여올 듯싶다.

한글 서예를 보면 부드럽고 섬세한 곡선의 흐름에서 단아한 맵시를 느낀다.
한자는 근엄하고, 알파벳은 맵시는 있으나 무게가 덜하고,
일본의 가나는 어쩐지 가벼워 보이는 느낌이 든다. 

한글은 대할수록 소박하면서도 고운 멋이 있다.
한글서예를 보노라면 글자를 처음 익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너무 간단하여서 쓰기가 더 어려웠던 글자를 소리 내며 써 보곤 했다.
‘훈민정음 세종대왕’ ‘을지문덕 연개소문’ ‘우리나라 대한민국’

한 획 한 획 공들여 써보곤 하였다.
‘ᄀ, ᄂ, ᄃ, ᄅ, …… ㅏ, ㅑ, ㅓ, ㅕ, ……’
한글을 익히던 어릴 적, 손에 힘을 주어 써보던 그 때의 글자들은
아직도 내 가슴에 선명히 남아 지워 지지 않는 낱말이 되고, 무한한 상상의 씨앗이 돼 주고 있다.

곧잘 미닫이나 여닫이 방문을 바라보며, 문살에서 한글 홀소리와 닿소리의 글자를 찾아본다.
창호지 방문에 드러나는 문살에서 맞춰보는 한글의 자모는 햇살을 머금은 글자,
새들의 노래가 깃든 흰 창호지 빛의 순박하고 평온한 글자이다.


한글의 모양새는 수수하고 나긋하다.
바람결에 날리는 버들잎처럼 부드럽고 평화스러운 가운데,
어딘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의젓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글 서예를 보면 우리글의 어여쁨을 속 깊이 느낄 수가 있다.

한글의 날렵하고 우아한 자태엔 율과 격이 배어 있다.
속으로 읽으면 운율이 생기고 그 율은 샘물처럼 우리들 마음속으로 흘러든다.
한글의 운율 속에서 시조라는 겨레시가 피어나고, 강줄기 같은 판소리가 마음 바탕에서 울려나오고 있다.

하찮은 듯싶게, 또한 서운한 듯싶게 머무나 간결한 이 글자들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 내는

변화무쌍한 조화…….
하늘 아래 땅 위의 어떤 소리나 형상이라도 다 표현할 수 있는 넉넉한 솜씨를 가진 글자를
우리 겨레가 사용하고 있다는 데 더없는 은혜와 행복을 느낀다.

한글의 모습에는 우리나라 산의 모습과 강의 흐름, 샘물의 맛이 깃들어 있다.
하늘의 빛깔이 담겨 있다. 우리 겨레가 만들어낸 글자이기에 우리나라 자연과 풍토에서
우러나오는 정서와 느낌이 그대로 배여 있다.

한글 서예를 보면서 글자의 한 획 한 획이 그냥 이뤄지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우리니라 자연과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감정과 한국인의 정신과 슬기의 뼈로서 이뤄진 것임을 느낀다.

한 줄의 문장을 쓰기에 앞서 우리글의 어여쁨을 알기 위해서라도,
하얀 화선지를 펴놓고 한글 서예를 배우고 싶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공들여 써 보고 싶다.

 

* 우리 진고33회 정목일 친구의 글이 좋아

   이곳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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