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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합죽선) 이야기

2013.06.16 03:18

귀담 Views:6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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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서

종이와 댓살로 만든 바람 -- 부채 바람 <扇風>

부채바람 속에는 천리길 蘭香이 묻어 나고

싸각 싸각 댓잎 부딪는 소리가 난다.

발목에 쌓인 땀내음이 논녹듯 사라지는 선풍!


우리 선조들은 오랜 옛날,  고려 때부터

더운 여름-- 불볕 더위를 부채바람으로 이겨 왔다.

선풍기와 에어콘이  없던 시절 부채는 유일한 더위를 극복하는 필수품이였다.


오늘 부채에 묵향을 묻혀 보았다.


德不孤 必有隣 (덕불고 필유린)

論語에 나오는 句節이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이웃이 있다.>


莫美於智 莫貴於賢 (막미어지 막귀어현)

지혜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고,

어진 것 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仁慈隱惻 (인자은측)

어질고 사랑하며 측은히 여기는 마음.


부채를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니

墨香 은은하게  코 끝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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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 유래


부채의 유래를 알아 보자!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촉나라의 승상인 제갈공명의 백우선 (白羽扇)이

최초의 부채이다.

새의 깃털로 만든 白羽扇은 황제의 권위와 용좌를 상징하는 표시로

부채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차츰 일반인에게도 알려져 고려 때 최초로

중국에서의  수입품으로 등장한다.

이후 고려에서 한층 새로운 아이디어가 첨가되어

최초로 합죽선(合竹扇)이 개발된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를 다녀와서 쓴 <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이 한겨울에도 부채를 들고 다니는데 접었다 폈다 하는 신기한 것이다."


송나라 <곽약허>가 쓴 <도화견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 고려에서 들어오는 접첩선을 애용하였다"

접첩선은 쥘부채의 일종인 합죽선을 가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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竹扇

합죽선의 창안인과 상징성


합죽선은 누가 창안했을까?

그 유래는 여러 說이 있으나 고려 때 승려 한 사람이

아름다운 기녀를 사랑하여 그녀를 늘 마음에 품고 있어

기녀를 사모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댓살은 음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우리조상의

멋과 예와 天地人을 상징하는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으니

신비하고 철학적인 동양의 문화를 함축하고 있다 하겠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합죽선은 주요 무역상품으로 등장하며

일본에 까지 널리 보급 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합죽선은 실크로드를 타고 서방세계로 알려졌으며

중국인들은 마치 합죽선이 자기네들이 만든 물건인냥 하였으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가.

합죽선은 앞으로 우리의 문화 상품으로 다양하게 개발되어

한국의 얼을 심는 큰 부채춤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의<전통문화상품>으로 합죽선 위에 김홍도의 산수화를 그려 넣고,

四君子의 기상을 되새기고 싶다.

여름에는梅-蘭-菊-竹향기가 묻은 합죽선 부채를 가지고 싶다.

에어컨보다 시원한 한 폭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싶다.

묵향의 부채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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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에 얽힌 역사 이야기


동아시아인들에게는 부채는 멋이 깃든 물건이다.

부채는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 애용되어 왔다.

詩나 그림을 그린 부채를 선물해 온 것이 그러하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소나무껍질로 만든

솔부채(松扇)을 고려의 특산물로 소개하고 있다.
둥그런 모양의 이 부채는 사신을 통해

송나라 대문호 소동파와 황정견에게까지 선물됐다.

그들은 이 부채를 기념해 시를 지었고,

부채질을 한 번 할 때마다

'티끌 세상 밖으로 몸을 벗어나게 한다'며

그 미덕을 예찬했다.



조선시대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단오절에 맞춰 부채를 진상하는 것이 관례였던 듯하다.

임금은 이 부채를 받아 궁인들에게 나누어주거나

신하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데 썼다.

정약용은 정조가 하사한 부용선(芙蓉扇·연꽃을 그린 부채)을 받은 적이 있는데,

부채에 그려진 그림은 김홍도가 그린 것이었다고 한다.



조선의 유학자 강재항(姜再恒)은 둥근 부채에

이렇게 '단선명(團扇銘)'을 썼다.

"형체는 보름달 같고, 쓰임은 맑은 바람 같다.

손아귀에 두는 권세가, 오직 주인옹에게 달려있네


(體則明月 用則淸風 掌握之權 惟主人翁)."

조물주처럼 청풍과 명월을 손바닥 안에 담았다 했으니

그 기상이 시원하고 호쾌하다.



다산 정약용은 접부채에

다음과 같이 '접첩선명(摺疊扇銘)'을 적었다.


"꽉 차고 꽉 찬 것이 공기라, 움직이게 하면 바람이 된다.

움직일 힘을 지녔으되 접혀 있으니,

고요히 바람을 간직하고 있구나


(盈盈者氣 動之則爲風 有動之之才而卷而懷之 寂然而風在其中)


고려의 재상 이규보는 단선명에다

'부른 것도 애원한 것도 아닌데, 시원한 바람이 절로 오누나.

가마처럼 끓는 이 세상을,

맑은 바람으로 씻기고 싶다'고 갈구했다.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의 부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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