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토론토에서 온 편지

2013.06.15 21:26

귀담 Views:3391

김기정님께

지난 촉석묵필방의 첫 나팔소리가 귀에 들렸는데 그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겠지요. 그후 서로 간에 뜸한 공간이 길어져 깜박했는데
간밤 꿈결처럼 김서예가의 모습이 지나쳐 궁금하던 차 이렇게
메일의 창을 열었습니다. 이제 머리결은 하얀눈이 덮이고, 주름의
골이 안면을 누비면서 몸은 알게 모르게 굳어져 별로 내어놓을 일은
없는데 하루의 시간은 스치듯 지나가 한달 두달이 언제 왔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기억에 남는 것 조차 없습니다. 정말 세월타령할 틈도
없이 빨라지는 군요. 무엇 보다 건강하게 노년을 살면서 마지막 
인생의 의미를 확인해야 하는 데 말입니다. 저는 요사히 인생의
지나온 길을 더듬어 면서 무엇인가 신비함의 깊이를 혜아리게 되는 것
같군요. 내가 살았지만 그삶은 나의 것이 아니었고 이생명의
주인의 뜻을 이사람이 대신한 것 처럼, 그렇게 느껴 지는 군요.
얼마전 한국갔다 왔는 데 우리들의 동년배들의 모습을 두루 살피면서
자신을 그 분들 안에 바꾸어 놓기도 해보았습니다.
사유의 깊이가 고독의 심해를 파고 들면 나의 유년시절과 젊음의 시절에
가난의 너울을 그토록 싦어 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 집니다.
그 가난은 외적이고 그 외적 모습에 그토록 집착했던 자신의 경박했던 모습이
부모님께 불효의 자식이었음을 부정할수 없군요. 이제 내적 가난과 단순함의
가치를 뼈져리게 깨달으면선 삶의 마감을 서둘러야 겠습니다.
옛날 미국의 영화감독 존포드옹께서 한국을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이름을 주었는데 그나라에서 저희들은 정말로 깨끗하게 자라났고
누추했지만 사랑으로 뭉친 이웃과 친구의 사귐이란 울타리안에서
순수하게 살아 왔습니다. 요사히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세상의
모습이 완연하게 바뀌었고 또한 이세대의 젊은 세대의 사람들 또한
겉모습, 안모습 할것 없이 몽땅 바뀌어 버렸습니다. 저희들은 대화의
상대를 찾기가 힘들어 졌으니 아마도 이세상과은 너무 가까운 관계의
끈을 묶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우리는 이미 이 세대의 시대에는
맞지 않은 범주에서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 같습니다.
아, 벌써 이렇게 외로운 방랑자, 버림받은 세상을 맞이 해야 하는가.
부디 아름답고 붓글씨 한자 한자에 당신의 혼을 담아 영원의 시간으로
가는 길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카나다에서 강희백 올림

※ 강희백님은 영남대학을 졸업하고, 만년을 카나다에서 보내는
    촉석묵필방의 회원입니다. 대학 재학시에는 학보사 편집장까지 한
   경력이 있으며, ROTC 육군 대위 출신으로  수준 높은 글을 씁니다.
위 편지 글에서 만년에 느끼는 소회와 현대화의 물결로 잃어버린 본성을
가난한 시절의 청순함에서 찿으려 하는본인의 치열한 노력이 보입니다.
물질문명의 변화 -  그 중에서도 IT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은 노인세대의
삶의 부담이며 짐임을 느끼게 됩니다. IT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노인 세대의 짐이 아니라 도전이며, 희망임을 자각할 때 우리는 가슴 뛰는 희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며칠전 고참 김원집 선배님께서도 인터넷 물결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우리는 무엇을
느꼈습니까? 시대정신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빠른 챗바퀴를 돌리며 요구합니다.
뒷처지지 말고, 함께 합류하라고...

무거운 짐이 아니라, 우리가 개척할 꿈이고 희망인 이 시대!
시대가 짐일 때 노인들의 삶은 괴롭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꿈이고, 희망일 때 우리는 가슴이 뛰고, 삶의 희열을 맛봅니다.
열린 마음으로 시대와 함께하기 위해서 마지막 열정을 태울 때
참 인생의 행복은 활짝 열릴 것입니다.

987.jpg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75 백두산트래킹 -- 이병소(33) [3] file 귀담 2013.08.16 6649
74 진주유등축제와 서울유등축제 [3] 목향 2013.08.13 6187
73 대한민국은 "猜忌 (시기)사회"다! [6] 전영숙(33) 2013.08.11 9347
72 登鹳雀楼 ( 등관작루 ) 書筆 [1] file 귀담 2013.08.04 8051
71 와! 이건....신이다 [1] file 전영숙(33) 2013.08.03 6302
70 일본 방사능 오염 이야기 [20] 귀담 2013.07.31 10578
69 행복과 불행은 [2] file 전영숙(33) 2013.07.31 5962
68 추구집 推句集 [1] file 귀담 2013.07.27 8857
67 하나님과 인터뷰 [2] 전영숙(33) 2013.07.27 5927
66 고양이 가두기 [2] 전영숙(33) 2013.07.22 5825
65 일본은 망했다 / 충격적 보고서 [19] [5] file 귀담 2013.07.20 47004
64 싱그러운 시골풍경 / 전영숙(33) [8] file 귀담 2013.07.18 13764
63 손자손녀 이름 짓기 [13] [1] file 귀담 2013.07.14 14184
62 힘 / 力 [1] file 귀담 2013.07.14 6056
61 상추쌈 [5] file 귀담 2013.07.12 7614
60 논개- 동영상 귀담 2013.07.09 3330
59 仁慈隱惻 (인자은측) [4] file 귀담 2013.07.06 5331
58 문둥북춤 [6] file 목향 2013.07.04 5512
57 반딧불이 [2] file 귀담 2013.07.03 6708
56 시진평 주석이 선물한 서예작품 [7] file 귀담 2013.06.28 16419
55 소동파의 적벽부 (赤壁賦 ) [ 1 ] [2] file 귀담 2013.06.21 9828
54 부채(합죽선) 이야기 [4] file 귀담 2013.06.16 6959
» 토론토에서 온 편지 file 귀담 2013.06.15 3391
52 用墨 (용묵) file 귀담 2013.06.12 2926
51 고 박정희 대통령의 서예 file 귀담 2013.06.12 8510
50 베로니카의 <그리운 금강산> / 방준재 [3] 귀담 2013.06.09 6766
49 배꼽잡는 품바 귀담 2013.06.06 3678
48 배움은 끝이 없네 [4] file 귀담 2013.06.06 5142
47 晉高. - 晉高人의 과거. 현재. 미래 / 조현재 귀담 2013.06.04 2708
46 찔레꽃 / 귀담 [2] file 귀담 2013.06.01 5156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