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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첩첩 푸르게 다가 선다.

산은 나무들의 고향이다.

집에 있는 나무는 고향을 떠나온 나무들이다.

우리도 집 떠난 나무처럼 푸르게 살자.

새벽에 일어나 창을 열면 앞뜰의 사방나무가 제일 먼저 반겨 준다.

굿모닝!하고 인사하면 잎파랭이를 흔들거리며 반갑게 나를 맞아 준다.

나무가 깊은 산속을 내려와 우리와 함께 산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무 속에는 나무의 푸른 피가 흐른다.

나무의 심장은 깊은 땅 속에서 언제나 펄펄 끓고 있다.

나무의 향기는 천길 지심에서 끌어 올린 태고의 숨결인가.

그 풋풋한 숨결을 들이 마시며 우리는 살아 간다.

인간의 현대문명이 만든 쾌쾌한 매연은 나무를 질식 시키기에 충분하지만

불평하나 없이 청정한 정신으로 살아 가는 푸른 나무들.

실험실 공기 같은 오염된 환경을 자신의 향기로 정화해 주는  나무의 역할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청정한 정신으로 삶을 시작하는 5월의  나뭇가지에 새들이 날아 들어 알을 품는다.

어디 새들 뿐인가. 다람쥐도, 산토끼도, 사슴도 찿아든다.

사람들도 그 아래 집을 짓고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서방에 앉아 뒷 숲을 바라보며 이 글을 쓴다.

작년 보다도 더 높아진 푸르름이다.

나무의 묵상을 발치에서 지켜보면 참으로 감동스럽다.

조그만 부채바람이라도 불기 시작하면 나무는 춤추기 시작한다.

나무는 바람의 길을 막지 않는다. 제 몸을 버리면서 까지 길을 내 준다.

나무의 양보정신을 어찌 바람이 알겠는가. 바람은 나무의 순응정신을 배워야 하리.

나무의 사시 사계절로 우리는 세월의 흐름을 감지한다.

인간의 촉각이 아무리 발달해도 나무만큼 율려조양을 어찌 알겠는가.


지난번 폭풍 센디로 뒷뜰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 두 그루가 검은 뿌리를 하늘로 솟구치며 쓸어졌다.

뒷집과의 경계선에 서 있는 나무다. 나무가 쓸어지자 뒷집이  시야에 바로 다가 선다.

뒷집의 하늘과 나의 하늘이 뻥 뚫린 공허로 맞닿아 있다.

나는  구멍난 나의 하늘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궁리 중이였다.

하지만 5월이 되자 옆 나무들이 일제히 가지를 뻗어  빈공간을 모두 매우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나무들이다. 나는 나무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게 된 셈이다.

나는 나무를 꽃처럼 좋아한다. 나무의 지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자식처럼 키우던 라면이 돌아 가셨다. 나는 보름동안 밤낮으로 간호했지만

라면은 내 품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나는 크리미로 작은 상자에 밀봉되어 돌아온 라면의 시신을

평소 함께 놀던 나무아래 뿌려 주었다. 라면이 보고 싶으면 뒷마당의 숲을 바라 본다.

다람쥐와 산토끼와 사슴과 함께 노는 라면을 바라 보는 것이다.

나무의 흔들리는 숨결아래 라면이 다가오는 것 같다.

나도 죽으면 나무아래 묻히고 싶다.

나의 혼이 나무가 되어 철철이 푸르고, 나무처럼 시를 낭송하고 싶다

나무처럼 휘휘 붓글도 쓰고 싶다.


나무야 나무야 야광나무야

길 잃은 사슴에게 길을 열어라

여름날 그리운 반딧불 모아

달처럼 별처럼 꿈꾸는 나무야

달보다 밝은 나무야

별보다 아득한 나무야

하늘이 높아 하늘보다 먼저 푸른 나무야

이슬 같은 나무야  맑은 나무야

썩은 세상 품고가는 꿈꾸는 나무야


여름나무에서는 청보라빛 고향 바다가 보이고, 가을나무에서는 여인의  옷벗는 소리가 난다.

겨울나무에서는 하얀 빨래를 하는 박탁성이 들린다. 가난해도 좋다고 철저히 나신으로 서서

차디찬 눈보라를 면벽한다. 나무의 기상과 호기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겨울숲을 가보면 안다. 푸른나무로 태어나기 위해 얼마나 쓰라린 자정의 시간을 견디는지 안다.

목숨같은 잔가지 까지 추려 버린다. 버릴 줄 아는 나무이기에 나무는 다시 푸른잎을 달고 태어나는가  보다.

세월의 순환을 태엽으로 감는 나무들, 해와 달의 떠오름을 내면의 무늬로 오늘도 각인하고 있다.

나무아래서 나무가 떨어트려 주는 순백의 산소 알갱이를 줏어 먹으며

다람쥐와 산토끼와 사슴과 함께 영원을 꿈꾸며 살아갈 나의 사랑하는 <라면>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나의 <라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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