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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

2016.02.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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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

정 목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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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이름만 들어도 마음속으로 샛노란 빛깔이 흐르고 봄의 향기가 흐르는 듯하다. 삼동의 추위 속에 제일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는 전령사가 매화라면, 봄이 당도하였음을 보여주는 신호는 산수유 꽃이다.

산수유 꽃은 한 송이씩의 어여쁨으로 자태와 향기를 뽐내려 하지 않는다. 분명 꽃이지만, 갓 피어난 잎들이 아닌가 싶게 나무 전체가 연두 빛으로 물들어 있다. 삭막한 겨울 산에 가장 눈길을 끌어당기는 빛깔이 있다면 연두 빛깔이다. 초록의 옅은 살결 같은 연두 빛, 산수유 꽃은 마침내 봄이 왔음을 알리는 편지다.

 

산수유 꽃은 하나씩의 꽃으로 말하지 않고, 꽃떨기들이 모여 나무 전체가 샛 노랑으로 살아 넘쳐서 새 봄의 축복이 되고 파도가 된다. 그 빛깔은 겨우내 모든 사람들이 보고 싶어 기다리던 생명의 탄생과 환희를 안겨주는 꿈, 그 자체다. 꽃 피고 신록이 물들어가는 광경처럼 새롭고 신비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어떤 찬미와 감탄사로도 표현할 수 없을 듯싶다. 겨울의 황량한 세상을 새로운 세상으로 변혁시키는 천지조화는 자연이 보여주는 위대한 혁명이다. 세상을 새 생명으로 넘쳐흐르게 하며, 심장이 뛰놀고 새 기운이 돌게 만든다.

 

산수유 꽃은 제일 먼저 봄을 알리려 켜는 신호등이다. 사람들이 갈망하던 빛깔임으로 봄의 신호등으로 켜놓은 것이다. 산수유 꽃을 보면 눈이 맑아진다. 마음속으로 봄 빗방울들이 방울방울 떨어져 흐르다. 눈에 잘 띠지 않는 작은 꽃망울들이 일제히 터트려 내는 샛 노랑은 평화와 사랑의 속살이다. 방싯거리며 배내 짓 하는 아기의 얼굴이다.

 

산수유 꽃은 멀리서 보면 꽃이 아닌 연두 빛 잎처럼 보인다. 모양이 아닌 빛깔, 살아 넘치는 봄의 환희요 찬미이다. 좁쌀만 한 꽃망울들이 모여 꽃떨기를 이루고 가지에 옹기종기 붙어서 나무 전체를 물들인다. 꽃들이 모여서 산을 새 빛깔로 바꿔 놓는다. 온통 순금 빛 산수유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명의 황홀, 신비, 축복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산수유는 2월 하순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4월 초까지 핀다. 절정기인 3월 중순 전남 구례에 가면, 온통 산수유 꽃 세상이다. 구례는 전국 산수유나무의 67%가 뿌리를 내린 최대의 산수유 단지다. 논둑과 밭두렁 눈길 닿는 곳마다 샛노란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지리산 머리에는 눈이 아직도 희끗희끗한데, 그 산자락에 등을 기댄 마을들은 눈부시게 화사한 꽃 세상을 이루고 있다. 산수유 꽃은 꽃잎이 2가량으로 아주 작기 때문에 낱낱의 꽃송이는 딱히 아름답다거나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수백그루씩 무리를 지은 산수유나무들이 한꺼번에 노란 꽃부리를 활짝 펼치면 벚꽃에 뒤지지 않을 듯 화사하고 아름답다.

꽃모양이 비슷한 나무로는 일찍 피는 생강나무가 있는데 꽃으로 보기엔 비슷하지만 가지를 자르면 생강냄새가 나는 것이 생강나무이며 잎도 단정한 타원형인 산수유와 달리 둥글게 세 갈래져 있는 점이 다르다. 산수유는 길쭉한 빨간 열매를 맺지만 생강나무는 까만색 동글동글한 열매를 맺는다.


산수유 꽃을 완상하며 녹차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운치가 아닐 수 없다. 산수유 꽃의 빛깔과 향기와 기운을 맞아들이는 일이다. 산수유 빛으로 물들어가는 산의 숨소리를 느껴보는 일이 아닌가. 겨울 묵상에서 깨어나 바깥으로 문을 여는 산과 마주 한다. 이 순간 산을 보는 일, 산수유 꽃과 마주 하는 일, 그 앞에 숨 쉬고 있음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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