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7 08:30
백수의 길
내 일하러 간다
옛일 버리고 새일 찿아 간다
짐승들 우글거리는 거리의 바람이여
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세월의 푸른강 건너
훠어이 훠어이 춤추며 간다
시작과 끝이 없는
꽉 죄었던 허리띠 풀고
어설렁 어설렁 콧노래 부르며 간다
일용할 양식은 하늘에 맡기고
밥풀처럼 외로운 날도
난 서럽지 않으리
옛날에는 듣지 못했던 바람소리
옛날에는 보지 못했던 뭉게구름
전깃줄에 발을 묶은 참새들의 모습도
옛날에 나는 보지를 못했네
나의 길은 새로운 길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이는 길
자작나무 숲이 길을 열어주는
백수의 길.
1,7 2016 귀담 시초
2016.01.07 13:06
2016.01.07 15:32
새벽엔 산책하고 샤워하고, 손자손녀 유치원 데려다 주고, 아침 식사하고, 커피 한잔.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오전 10시부터 2시간 테니스.
저녁에는 백수 때로 미루었던 해서공부.
그 어렵다는 중국 북위 때의 <원현준(元顯儁) 묘지명>을 임서함.
보통 해서는 구성군예천명과 안근례비를 임서하는데,
좀 건방지게 <원현군 묘지명>에 도전하였음.
선배님 이 정도면 <백수의 길>도 할만 하지요?
오후 6시엔 손자손녀 픽업.
2016.01.08 08:03
백수가 된지 꼭 한달 되었다.
테이불에 앉아 커피 를 마시는데
" 당신 손이 하얗네"
마눌이 자기 손을 내 손 곁에 나란히 내밀며
"이젠 내 손보다 희다"
살아오는 동안 이런 말 들어 본 적이 없다.
백수는 白手乾達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을 안하니 손이 하얗다는 뜻으로 백수를 썼다.
일을 않해도 할 일이 많다.
못한 일. 하고 싶었던 일.
지금까지의 인생경험을 삶에 투영하는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
오늘날의 백수다.
2016.01.08 23:22
ㅎㅎㅎㅎ 백수도 종류가 여러개네요
2016.01.16 15:21
젊은 늙은이들 뭐라카는기요.
은퇴는 새로운 시작인걸 정영 모른단 말이요.
늦은 감은 있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멋대로, 부담없이 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오.
글을 써도 느긋하게 쫒기지 않고 쓸 수 있고,
잠이 오면 푹 자고, 몸이 좀 근질거리면 운동하고, 정신이 답답하면 산책하고,
세상을 좀 더 여유있고, 깊고 넓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러니 빨리 일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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