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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일생

2015.10.1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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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일생

鄭 木 日

 

나팔꽃은 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나팔꽃과 인사를 나눈다.

붉은 꽃과 파란 꽃이 몇 송이씩 피었는지 살피는 게 하루의 첫 일과가 되었다. 나팔꽃과 대면하면서 청신한 아침을 연다. 하루를 신성하게 맞는 순간이다.

어머니는 나팔꽃을 사랑하셨다. 나팔꽃을 영접하는 일로 하루를 맞으셨다. 어머니가 떠나신지 십 년이 지나고, 나도 아침이면 나팔꽃을 영접하며 인사를 나눈다. 나팔꽃을 보면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팔꽃은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아침의 설렘과 의미를 가르쳐 준다.

나팔꽃은 하루살이 꽃도 아닌, 아침의 꽃이다. 아침을 깨우고 뭇 생명체들을 하루의 출발선에 서게 한다. 어제는 이미 지나간 과거이며, 내일은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일 뿐이다. 나팔꽃은 하루가 아닌 아침이란 말만을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존재의 의미와 깨달음의 꽃을 활짝 피워내고 있다.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나팔꽃은 벌써 절정에 서서 깨달음의 나팔소리를 울리고 있다. 아침 서리를 받고 집중력을 기울여 삶의 완성과 극치를 피워낸다. 삶이란, 오늘 지금 이 순간의 자각과 깨달음으로 피워내야 하는 한 송이의 꽃임을 가르쳐 준다.

나팔꽃은 하늘을 향해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 마치 오선지의 음표들처럼 넝쿨에 달려있다. 공중으로 나르며 나팔을 부는 듯하다. 한 자리에 피어 질 때까지 꼼짝 하지 않는 꽃들과는 달리 하늘을 울리는 시원한 음률과 함께 생동감을 지닌 꽃이다.

나팔꽃만큼 기다려지는 꽃도 없다. 다른 꽃들은 피면 그 자리에 있다가 시들고 말지만, 나팔꽃과 만남은 한 순간에 불과하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의 최선과 성실로 삶의 꽃을 피워내야 함을 가르쳐 준다. 붉고 파란 빛깔의 꽃송이가 섞여서 공중으로 치오르는 모습에서 생기발랄의 청신감을 느끼게 한다.

나팔꽃은 내일에 기대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모습과 완성을 꽃피워 낼 것을 가르쳐 준다. 생전에 어머니께서 나팔꽃을 심으시고 사랑하였던 까닭은 내일만을 기다리지만 말고 하루의 발견과 깨달음을 꽃피워 내라는 마음을 전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나팔꽃을 보면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 보곤 한다.

성스러운 아침, 나팔꽃을 보면서 오늘 이 순간 나도 어떻게 깨달음의 나팔꽃을 피워보나 생각한다. 내일을 쳐다보지 않고 나팔꽃처럼 바로 이 순간에 삶의 의미를 꽃피워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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