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發墨小考

2015.05.08 22:53

정일헌 Views:1370

發墨小考

 

좋은 서예작품을 쓰기위해선 좋은 먹감(發墨)으로 글씨를 쓰면 흥취가 일어나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최상의 發墨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구전에 따르면 墨法을 모르고 筆法을 말하기 어렵다고 전하는데

그만큼 墨法筆法보다 어려운 것임을 표현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최상의 먹물만 있다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쓰는 작가의 컨디션과 화창한 날씨 그리고 좋은 화선지와

글씨 쓰는 환경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상호 작용하여 알맞게 되었을 때

좋은 작품이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흐린날씨나 비가오는 날씨는 화선지에 습기가 스며들어 번짐이 많고 쓰고자 하는

흥취도 많이 줄어든다.

좋은 먹물을 얻기 위해선 좋은벼루는 필수이다.

잘 갈리면서도 먹의 입자가 곱게 갈리며 먹물이 잘 마르지 않는

벼루(백운상석, 단계연)는 좋은 먹물을 얻을 수 있다.

소동파는 벼루에 먹을 잔뜩 갈은 다음 하루 재우고

다음날 벼루의 먹물을 따르면 바닥의 앙금은 버리고 썼다고 하는데

먹물이 맑다고 하여 淸墨이라고도 한다.

먹의 종류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데

필자의 예를 들면

중국의 철제옹 먹은 묵색이 진하지 않으면서도 아교성분이 진하다.

이 먹을 갈을 때 주의할 점은 먹을 갈면서 벼루에 붙여 놓으면 절대로 안된다.

먹의 흡착력이 강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떼려고 하면

벼루가 상할정도로 흡착력이 강하다.

이 먹과 다른 진한 작품먹을 8:2의 비율로 갈은다음

반나절이나 하루정도 재워 놓았다가 다음날 벼루 바닥에 가라앉은 찌거기는

버리고 맑은 먹물만 쓰면 어느정도 좋은 발묵을 얻을 수 있다.

요즘 시중에 나오는 먹의 대부분은 카본(그을음)과 아교, 향료등을

배율에 맞제 잘 혼합하여 반죽하고 틀에 굳힌다음 6개월 이상 자연건조시킨다음

 商品으로 나오는 것이라 들었다.

여기에 카본의 종류와 아교와 향료의 질에 따라 고급먹, 연습먹의 품질이 결정되는데

배합의 기술은 자기 자식에게도 잘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배합의 비율은 오랜 경험과 기술의 축적으로 쌓은 노하우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일본의 고매원 먹은 지금도 수작업으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카본은 식물성 기름을 태워 채취하고 뜨거운 철바닥에 발로 밟아 반죽하여

제작된다고 한다. 이 먹의 종류는 3성과 5성 두종류인데 510정의 경우

지금싯가로 50여만원 정도이니 서예가도 쉽게 사서 쓰기 어려운 먹이다.

이 고매원 먹도 일본에서는 전체 생산되는 먹의 품질중에 중간정도 한다고 들었다.

글씨를 쓰기전에 먹물을 사용하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손으로 직접 먹을 갈아 쓰는 것이 필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먹을 가는 만큼 손의 힘이 생기고 붓을 잡는 힘도 그만큼 더해지니

필력향상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먹을 가는 시간이 적어진 만큼 먹을 가는

마음의 여유도 찾고 심신수양에 과정중에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을미년 여름 중재 신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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