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6 18:11
나비효과
정 목 일
나비는 타고난 천상의 예술가…….
몸매 자체가 신의 예술품이다. 가느다란 몸체는 연약하지만, 양 편으로 두 쌍씩, 네 장의 날개는 색채 미학의 결정체이다. 좌우 날개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대칭 무늬로 황홀감을 안겨준다. 나비는 타고난 패션 디자이너일 뿐 아니라 무용가이다. 나비의 행보는 우아한 춤이며 사랑과 평화의 모습을 알려준다.
내 초등학교 시절의 여름방학 숙제엔 ‘곤충채집’과 ‘식물채집’이 있었다. 다른 숙제는 개학일 앞두고 벼락치기로 해치울 수 있지만, 이 두 가지 숙제만은 산에 들에 나가 실제로 며칠간이나 애타게 찾아나서야 하는 일이었다. 숙제이긴 했지만 가슴이 짜르르 울리는 일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식물채집보다 곤충채집에 더 열을 올리곤 했다. 곤충의 맥박과 날개와 지느러미가 손아귀에 전해와 가슴이 뛰고 마음이 달아올랐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나무 위로 한 걸음씩 눈치 채지 않게 올라가는 안타까움과 짜릿한 흥분…….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드디어 손아귀에 매미를 잡았을 때의 솟구치는 기쁨은 세상을 얻은 듯 황홀했다. 손바닥 안 까칠까칠한 매미의 몸매에서 터져 나오는 음성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나는 매미보다 나비에 더 홀려 있었다. 눈앞에 나풀나풀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모든 걸 잊고 나비를 따라 나섰다. 새들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지 않고, 한 발자국 앞에서 날고 있는 나비의 아름다움에 홀려서 붙잡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어느 날, 산에서 호랑나비를 발견하고 뒤따르기 시작했다. 호랑나비의 산뜻한 채색 무늬의 아름다움에 홀려서 정신없이 뒤를 밟았다. 손에 닿을 듯 말 듯 숨 조리며 덮치면 호랑나비는 용케도 비켜나가 한 걸음 앞서 나르고 있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번엔!’ 하고 뒤 쫒았다. 얼마나 정신없이 나비에게 홀려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어느새 산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울면서 헤매다가 등산객을 만나 내려오면서 놓쳐버린 호랑나비의 아름다운 영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소년기의 나는 한 마리 곤충이었다. 아름다운 나비였으면 했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는 꽃들이지만, 봄에 생기를 불어 넣는 것은 나비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일 지라도 나비가 오지 않는다면, 생동감을 느낄 수 없다. 나비야 말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진정한 전령사이다.
나비는 몸체보다 몇 배나 더 큰 날개가 있다. 나비는 미와 사랑의 수호자이다. 다른 생명체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생존을 위해 먹느냐 먹히느냐의 관계 속에서 오로지 사랑을 전파하는 나비야 말로, 평화의 사절사임을 알려준다.
나비는 꽃의 색깔과 향기를 알아내는 최고 감별사이다. 형형색색의 꽃모습과 갖가지 향내를 알아내고 우아한 날개 짓으로 꽃에게 간다. 나비는 기막힌 후각과 미각의 소유자이다. 꽃들이 빛깔과 향기로 보내는 사랑의 편지를 받고, 춤추면서 임에게로 다가간다. 나비의 머리엔 한 쌍의 촉각과 두 개의 겹눈이 있다. 예민한 한 쌍의 촉각은 안테나처럼 솟아올라 꽃이 보내는 사랑의 음파를 감지해 내고 두 개의 겹눈으로 꽃들의 모습을 식별해 낸다.
생명체들은 먹이사슬 속에서 끊임없는 생사의 순간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동물의 경우엔 약자를 잡아먹어야 생존이 가능하기에 사냥감을 노려야 하고, 강자의 동태를 살펴야 한다.
나비의 생존은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벗어나 있다. 꽃에서 꿀을 얻는 대신 꽃가루받이를 해줌으로써 식물의 번식을 도와주는 협력자가 된다. 꽃과의 밀월 같은 공생은 전 생태계를 유익하게 작동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사자나 호랑이, 코끼리보다도 나비의 꽃가루받이 역할은 더 힘이 세다.
꽃들은 나비를 통한 꽃가루받이로 더 많은 종을 번식시켜 열매를 맺게 한다. 나무의 열매들은 동물들에게도 먹이가 되며 인간에게도 식량이 돼준다. 모든 생명체를 유익하게 만들고 식량을 제공하는 나비의 힘은 평화, 사랑, 번영, 화해, 축복의 의미로 다가온다.
나비는 하늘이 보낸 천사이다. 애벌레는 식물의 해충이지만, 나비가 되고부터는 다른 생명 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꽃과 나비는 아름다움과 행복, 사랑의 상징이다. 예로부터 꽃과 나비를 그림과 문학작품으로 많이 남겨 놓은 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이고 생태계에도 축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가장 연약한 곤충인 나비가 불어넣는 공존과 평화의 메시지는 생태계 전체에 희망과 평온을 안겨준다.
날개를 모으고 꽃에게 내려 앉아 꿀을 빨아들이며 미래를 약속하는 나비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나비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을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축복과 번영의 씨앗을 심어줄 수는 없을까. 갈등, 대립, 장애, 다툼, 증오를 없애고 공존, 화해, 평화의 길은 없을까. 각박한 삶의 현장 속에 나비 효과를 불어 넣을 순 없을까.
착함과 도움, 희생과 봉사는 나비 효과가 될 수 있다. 연약한 나비에게서 가장 위대한 힘을 발견하고, 아무 생존의 무기가 없음에도 만물에게 아름다움과 행복을 제공하는 비법을 본다.
나비는 하늘이 보낸 아름다움과 축복의 천사이며 실천자이다.
2015.05.03 18:48
2015.05.05 16:42
나비야 靑山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어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 하거들랑 잎에서나 자고 가자
나비야 靑山 가자 나하고 청산 가자
가다가 해저물면 고목에 쉬어 가자
고목이 싫다하고 뿌리치면 달과 별을 병풍 삼고
풀잎을 자리삼아 찬이슬에 자고 가자.
2015.05.10 14:36
2015.05.03 21:11
오랜만에 귀담님 글보니 반갑습니다
사위네집 지내기가 불편하지 않았나요
여기 이사진은 정목일교수와 오랜만에
식사하면서 추억을 드듬어 보았습니다
백발이 보기싫어도 우짜겼소
운명으로 받아 들여야지요 ㅎㅎㅎㅎ
2015.05.05 16:58
춘향이가 살던 곳이 도화원이던가요.
두 仙人이 마주 앉아 추어탕 한 그릇씩 드시고
기념 사진 남겼군요.
다음에 저가 비행기 타고 날래 가겠습니다.
남원 추어탕 한그릇 맛 좀 봅시다. ㅎㅎㅎㅎ
2015.05.03 22:57
너무 멋진 추억 사진을 남겼습니다.
두 분을 함께 뵈오니 나도 함께 자리에 앉은 기분을 느낌니다.
비록 늙어 인터넷 묵필방에서 만나도 옛 비봉 산자락에서
같이 공부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깊은 인연입니까.
반갑습니다. 목일선배님!
좋은 수필 감사드리고요.
저는 어제 큰사위 집으로 돌아 왔답니다.
집 지켜 주는 일도 쉽지 않더군요.
콤이 있는 작은 내 방이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선후배와 만나 히득거리는 콤이 좋습니다.
두 분 계속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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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자연 속의 천사로 묘사한 아름다운 글입니다.
봄은 왔지만 나비의 날개짓이 보이지 않으면
봄의 의미는 삭막해 집니다.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오면 <아! 봄이구나. >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초봄에 흰나비가 날아오면 죽은 영혼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고...
호랑나비가 날아들면 꽃에 달콤한 꿀이 고였음을 알고,
곧 신록이 울울창창해지는 계절임을 느끼게 됩니다.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큰 변화를 수반하는 것을 <나비효과>라 한다지요.
목향의 글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