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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표정

2015.02.0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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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표정

 

鄭 木 日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지만 똑 같은 손은 아니다.

빈 손, 공허한 손, 추악한 손, 게으름의 손이 있는가 하면 알찬 손, 든든한 손, 착한 손, 성실의 손이 있다. 손을 보며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농부 k씨의 손은 손마디가 굵고 아주가리 잎처럼 크다. 나무의 뿌리 같은 심줄을 보여주는 검은 손은 어떤 식물의 씨앗이든지, 땅에 심기만 하면 잘도 자라 싱싱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농부들은 특별히 하늘의 신임과 은총을 받아서 씨앗을 잘 심고 거둘 수 있는 손을 주셨다. 농부의 손은 흙의 습성을 잘 알고, 햇살과 바람과 물과도 통하고 있다. 흙내와 퇴비냄새가 나지만, 생명을 심고 거두는 거룩한 손이다.

 

의사도 없는 시골 마을에서 아이들이 밤중에 배가 아파 우는 광경을 볼 때가 있었다. 할머니가 아이의 배를 쓰다듬으며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신다. 손자의 아픔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배를 쓰다듬으며 함께 배앓이를 하신다. 할머니의 손이 쓱쓱 배를 문지르며 반복하는 사이, 울고불고하던 아이가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다.

 

열일 곱 살 때였다. 우연히 외갓집 근처를 지나치다가 외갓집에 들른 일이 있었다. 외할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반색을 하며 외손자를 맞아 방안에 앉히셨다. 부엌에 나오신 할머니의 손엔 밥상이 들려져 있었다. 밥 한 그릇에, 수저가 놓이고 깨소금을 넣은 간장 종지와 김치 접시가 전부였다. 내가 받은 가장 단출한 밥상이었다.

 

외할머니가 만면의 웃음을 띠시며 밥상 앞으로 손을 끌어당겨서 수저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입이 짧아, 먹성이 좋지 않은 나는 외할머니의 표정과 물에 젖은 손을 보자, 밥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간명한 밥상이었지만, 이런 지극 정성의 밥상을 받긴 처음이었다. 간장 맛이 그렇게 달콤한 줄 미처 알지 못했다. 깨소금이 혀를 녹이듯 고소한 맛인 줄 처음으로 느꼈다. 수저를 들 때부터 놓을 때까지 주름 진 얼굴 가득히 환한 웃음으로 내 얼굴만을 바라보시던 외할머니의 젖은 손을 보았다.

 

연주회에 가면 악기를 다루는 손이 신비로운 음색을 울려낸다. 닿을 수 없을 듯한 깊은 내면의 세계에서 얻어낸 악상과 영감을 울려내는 연주자의 손을 본다. 화가의 손, 조각가의 손, 예술가의 손은 무수한 체험과 단련과 노력으로 자연의 순리와 이치를 깨달아 가장 아름다운 조화와 화음의 신비를 찾아낸 게 아닐까.

 

평생을 나무를 다루며 산 목공(木工)은 나무가 선 모습을 보고 속에 품고 있는 나이테의 무늬, 목리문(木理紋)을 알아차린다. 나무를 보고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가구의 재목으로 적당한가를 알아차린다.

 

평생 동안 돌을 다룬 석공(石工)은 바위를 한 번 망치로 두드려 나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돌의 성질을 간파해 낸다. 어떤 분야에서든 장인(匠人)의 명품(名品)들은 자연스럽고 군구더기가 없다. 담백하면서도 최상의 미감을 드러낸다. 장인의 손은 진실하고 맑아서, 그의 손으로 빚어진 작품들은 보면 마음이 환해지고 편안해진다.

 

나는 어떤 손을 가졌을까. 무엇을 얻어낸 손인가. 허전한 내 손을 보면 부끄러워진다. 한 번이라도 외롭고 쓸쓸한 사람의 손을 잡아 줄줄 아는 따뜻한 손이었던가. 탐욕과 이기에 젖어 이웃에게 다정히 손을 잡아주지 못한 손이 아니었던가.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의 손을 잡고 싶어 안달을 부리던 부끄러운 손은 아니었든가. 왜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손수건을 건네주고, 위로의 손을 잡아주는 손이 되지 못하였던가. 살아오는 동안 나태의 손, 도박의 손, 추악한 손, 기만의 손을 가진 적은 없었던가.

 

이젠 손을 씻을 때마다 마음의 손을 씻어야겠다. 하루를 성실의 땀으로 채우는 손이고 싶다. 떳떳한 손, 신뢰를 주는 손, 정직한 손, 기도하는 손, 봉사하는 손, 무욕의 손이었으면 좋겠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경건하게 하루를 맞으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하루를 거두는 삶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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