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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을 사람들

2014.12.31 17:55

귀담 Views:4526

폭설이 내리던 날 화투판을 벌렸습니다.

모두들 오랜 30년지기입니다.

정미네, 수연네, 수잔네, 소현네 그리고  세미네

이렇게 오랫만에 둘러 앉으면 밤새도록 화투를 치며

이 땅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 놓곤 합니다.

처음엔 고스톱으로 시작하지만 판이 익으면

우리는 2장빼기 <섯다>로 끝장을 봅니다.

판돈이 국방색 담요 위에 수북히 샇이고,

몇 번인가 트다보면 끝장이 보입니다.

바깥엔 푹푹 눈이 쌓이고, 덜커덩 덜커덩 제설차가 눈을 치우는

새벽이 올 때까지 화두판을 돌렸습니다.

정미 아빠, 세미 아빠가 돌아가신 후엔

재미나던 화투판도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지금은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인생의 덧없음을 아쉬워합니다.




-- 겨울마을 사람들 --


눈오는 날엔 고스톱을 치자

깔깔깔 피박을 씌우며

고스톱을 치자.

천지사방 다분다분 흰눈 내리고

잡것들 눈더미에 파묻혀

끽~소리없이 잠드는 밤

우리는 두툼한 국방색 담요를 깔고

한 판 굿노리 펼치자.

탁탁 화투장을 내리치면

가슴팍에  쌓인 스트레스가 풀려나고,

그리운 고향 겨울 뒷골목도 보인다.

설사에 피박까지 쓴 정미 아빠

남의 몫까지 값고 나니 마누라가 울상이다.

홍싸리 맷돼지가 흑싸리를 물고 가도

친구지간 너털웃음 짓는 세상.

친구야

눈오는 날엔 고스톱을 치자

팔이 빠지도록  고스톱이나 치자.



P1010875.jpg


화투판이 끝난 아침엔 간밤에 쌓인 뒷뜰의 눈을 모아

우리는 눈사람을 만들었지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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