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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고 미쳐 안주할 곳을 찿지 못해 어느 구석진 세상을 헤멘다.

인터넷도 안되고, 몸만 덜컹 간직하게 되었으니

가벼운 머리로 책이나 읽자 결심하고 사각 모서리에 가슴을 기댄다.

책도 시시콜콜해서 바둑을 두다가 가을을 맞았다.

몇 번째 맞는 가을인지도 모르고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가을을 노래한 옛 문사들의 글 중에는 구양수가 쓴 <추성부>가 좋다.

가을의 마음씨를 참 멋지게 표현한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을은

연비운렴(煙菲雲斂: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사라짐)의 계절로

하늘은 더 없이 높아 적료한 기분을 감출 수 없는 것이  가을의 모습이다.

 봄이 내밀한 생명을 잉태하는 陽의 계절이라면 가을은 외형을 탈모하는 陰의

계절이다. 관제에 비유하면 옛 형판에 비유되고, 생물을 살상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위험한 무기라고 할가?  오행에서는 가을은 금(金)에 해당하는데 언제나 사물을 시들게하는 것을

심지(心志)로 삼는다.

하늘의 만물에 대한 작용은 봄에는 생명을 잉태시키고 가을에는 열매 맺게 하는 것이다.

일찍이 李白은 천지는< 만물의 역려요 광음은 백년의 손님>이라 하였으니

예순 아홉째 맞는 이 가을도 내 인생의 과객이 아니겠는가.

만물이 전성기를 지나면 쇠멸고사 (衰滅枯死) 함이 당연할진데

세월이 너무 과속으로 달리는 것 같아 슬프다.

만물이 표령(飄零)하는 가을 숲에서 귀를 열어놓고 가을 소리를 듣는다.

추성부는 구양수가  52세에 쓴 명작이다. 한밤중에 책을 읽다가 들리는 가을바람 소리를 듣고

 작자가 느끼는 계절현상을 인생과 결부시킨 운문형식의 멋진 글이다. 

그는 인생이란 뿌리가 없어 바람에 흩날리는 흙먼지와 같은 것이니 너무 까불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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