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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그리움

2014.08.29 19:47

목향 Views:1856

 

투명한 그리움   /  정목일

 

 

 마음 속에 맑은 거울을 하나 갖고 싶다.

맑아서 눈물이 돌고 그리워서 사무치는 가을 하늘처럼 깊어졌으면 좋겠다. 얼마나 쉼없이 갈고 닦아야 가을 하늘처럼 될까. 들여다 보기만 하면, 미소가 퍼져 흐르고, 음악이 울려나올  수 있을까. 삶의 속기와 얼룩이 더덕더덕 묻은 거울을 깨끗히 닦아내고 싶다.

마음 속에 종을 하나 달아두고 싶다.
한 번 울리기만 하면 고통과 슬픔도 사라지고 마음 속으로부터 깊은 향기가 퍼져 나왔으면 좋겠다. 듣기만 해도 낭낭하고 은근하여서 마음의 문이 열리고, 신비음을 들을 수 있는 맑은 귀가 있었으면.... 어떻게 하면 양심의 종을 달아놓을 수 있을까. 일만 관의 허욕을 버리고 일만 관의 적선(積善)으로 종 하나를 만들 수 있다면, 한 관의 적선도 못 가진 나로선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마음 속에 종을 울려서, 또 울릴까 귀대고 들어보는 은근한 그리움으로 누구에게라도 다가가 다정히 손잡고 싶다.

마음 속에 정갈한 그릇을 하나 갖고 싶다.
늘 비워 놓되, 가을이면 석류나 모과 몇 알쯤 담아두어도 좋으리라. 인생이란 그릇 하나에 무엇을 담아놓을 것인가. 무소유(無所有)도 결국 하나의 소유 형태며 방법이 아닌가. 누구와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담아두는 그릇이었으면 한다.

마음 속에 옹달샘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메마르지 않게 청신한 물을 마시고 싶다. 욕망과 이기의 갈증을 말끔히 없애주고 마음에 묻은 얼룩과 때를 씻어주는 샘물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정신이 향기롭고 쇄락해지는 샘물을 뿜어낼 수 있을까. 고통의 신음을, 번뇌의 신열을, 후회의 눈물을 씻어주는 청량의 샘물이 될 수 있을까.

마음 속에 꽃을 하나 기르고 싶다.
평생을 두고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두기를 원한다. 한 송이의 꽃과 한 알의 열매를 맺기 위해선 진실하고 겸허해햐 한다. 성실의 땀과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야 한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생명력을 다 기울여, 집중력을 투입해야 한다. 진실한 삶의 발견과 깨달음으로 얻은 빛깔과 모양으로 일생의 의미와 향기를 담고

싶다. 눈에 잘 띄지 않으나 내 인생의 성실과 명상과 눈물로 피워놓는 풀꽃이고 싶다.

나는 가을 하늘같은 일생을 갖고 싶다.
가을 하늘과 같은 거울을, 샘을, 그릇을, 꽃을, 그 하늘 속으로 들려오는 종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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