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0 16:25
막걸리의 힘
정 목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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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뚝심과 신명은 막걸리로부터 나온다. 막걸리 맛을 알고, 막걸리에 취해 보아야 한국의 마음을 안다. 유백색 그 텁텁하고 시원스런 술에 얼큰히 취해 보아야 삶의 맛을 안다.
막걸리는 고두밥에다 잘 뜬 누룩을 물과 함께 버무려 술독에 넣은 다음, 온돌방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주고 발효를 시켜 익혀낸 술이다. 술독에서 부글부글 저절로 끓어올라 깊어진 맛! 한국인의 삶에 힘을 돋워주는 술이다. 한국인의 신명이 되고 춤이 되고 노래가 되는 막걸리! 하얀 사기대접에 주전자로 부어 마시면, 목줄을 타고 꿀떡꿀떡 넘어가는 술! 중국의 빼갈잔, 일본의 정종 잔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막걸리를 마시려면 술잔이 아닌, 사발 그릇이 있어야 한다. 술그릇부터가 대범하고 투박하다. 몇 순 배 마시면 배가 차오른다.
서양의 포도주, 위스키 등의 술이 섬세한 맛으로 감성을 자극한다면, 막걸리는 시원 텁텁한 맛으로 흥취를 일으킨다. 하늘 속으로 구비치는 한국의 산 능선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의 곡선을 바라보려면 막걸리를 마셔야 제 맛이 난다.
피리 소리를 듣거나 장구 장단에 맞춰 춤을 추려면 막걸리에 취해야 한다. 달빛에 취할 때, 농악에 취할 때, 판소리에 취할 때는 막걸리를 한 잔 해야 한다. 한국의 멋과 맛과 신명은 막걸리가 내는 흥이요 꽃이다.
막걸리는 농부들이 들판에서 김매고 밭갈이 하다가 허기가 들거나 기운이 빠질 때, 들이키는 술이다. 논밭에 두엄을 내다가 한 사발 들이키는 술! 기분을 새롭게 하고, 힘을 돋우는 삶의 자양분이다.
술을 보면 민족의 마음과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막걸리는 서양처럼 대단위 제조처에서 상품으로 계발되어 온 게 아니다. 사정이 허락되는 집집마다 담았던 술이다. 가족끼리 이웃끼리 마시기 위한 술이었기에 재료가 순수하고 맛을 돋우기 위해 잔꾀를 부릴 이유가 없었다.
막걸리는 한국의 물맛이요, 자연의 맛이다. 한국은 국토의 3/2가 산으로 돼있는 산의 나라이다. 깨끗하고 맑은 물맛이 막걸리의 본 바탕이다. 한국의 들판에서 농사지은 쌀 맛이 막걸리의 밑천이다. 큰 사발로 벌컥벌컥 들이켜도 탈이 생기지 않는 막걸리! 허기를 메우며 신바람과 뚝심을 불어넣는 막걸리의 힘!
한국인의 친화력과 단합은 막걸리에서 나온다. 막걸리 한 사발로 ‘얼싸 좋다!’ 추임새를 넣으며 덩실덩실 춤추는 한국인들! 온갖 근심 걱정을 날려 보내고 어깨춤을 추고 “쾌지나 칭칭나네”로 신명의 극치와 희열을 맛보게 하는 우리의 술! 한국인에게 막걸리는 무엇인가. 목마름에 대한 해갈이요, 막힘에 대한 소통이며, 억눌림에 대한 해방이다.
막걸리 안주로는 배추김치 한 사발, 나물 한 접시만으로도 족하다. 권하는 사발에 엄지손가락이 술 속에 빠졌다 하여 내색하지 않는다. 정다운 눈길로 술잔을 주고받는다. 막걸리는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가족과 이웃이 정을 나누기 위한 술이다. 돈 벌기 위한 상술과 수단을 부릴 이유가 없기에 순수한 건강주인 것이다.
술은 민족문화의 속살을 보여준다. 순박하고 진솔하며 후덕한 막걸리! 막걸리는 우리 민족 공동체의 흥, 신명, 도취를 안겨주는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
2014.08.13 16:33
2014.08.16 05:38
소주를 마시면 신선이 되고
탁주를 마시면 성인이 된다고 하였는데
나는 신선이 되는 것은 싫어
오늘도 탁주 한 사발에 사람이 되고 싶네.
소주 한 병 마시고 글을 쓰면
아무도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탁주 한 사발 마시고 글을 쓰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 보네.
소주 한 병에 취해 하늘아래 희득이는 것 보다
탁주 한 사발에 취해 그늘아래 누우면
마음 들판엔 詩心이 안개처럼 퍼지고
꽉 막힌 혈맥이 실개천처럼 흐르네.
친구와 마주 앉아 탁주 한 통 시켜 놓고
한 쪽지 두 쪽지 인정의 셈물을 나누다 보면
매마른 우리네 삶의 벌판엔 믿음과 사랑의 별이 돋네.
어디 잘난 놈 못난 놈 있으랴.
탁주처럼 술통처럼....
친구야!
오늘 막걸리 한 통 곁에 놓고
지나간 추억을 안주 삼아
브라보!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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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술을 마시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 평생에 마실 술을 다 마셨기 때문이다.
요즘은 막걸리만 마신다.
막걸리의 텁텁한 맛은 고향을 느끼게 하는 야릇한 힘이 있다.
어릴 때 따뜻한 아랫목에서 보글보글 끓어 오르던 막걸리 옹기 술통!
동네 잔치날 부조로 술 한 통씩 보내던 인정의 막걸리이기도 하지만
쌀이 귀하던 시절이라 " 술치러 오면 " 땅 속에 묻혀버리는 운명의 막걸리 이기도 하다.
옛날 우리집에서는 밭에서 가꾼 생기양을 넣은 막걸리를 만들어 마셨는데.
지금 생각하니 <건강 막걸리>로 손색이 없었던것 같다.
막걸리는 효소덩어리의 드링크제로 , 혈액순환과 장의 활성화에 유효한 식품이다.
나는 그래서 막걸리만 마신다.
목향선배께서 최고의 < 막걸리 예찬론>을 펼쳤습니다.
저는 시를 한 수 지어 막걸리 예찬론에 가세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