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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고이고

2014.06.29 22:33

귀담 Views:4783

턱을 고이고


그리움이나 추억이라는 낱말을 전설처럼 숨겨두고

가끔 꺼내어 보석처럼 손가락에 끼워 본다.

어색해서 다시 주섬주섬 마음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양복이나 넥타이 같은 것은 이미 기억에서 탈색된지 오래다.

살다보니 스니커와 헐렁한 카키바지가 편하다.

턱을 고이고 지나간 날의 흑백 사진첩을 한장 한장 넘겨 본다.

가물거리는 저편 넘으로 사라진 것들이 나를 다시 깨운다.

生이란 소꼽장난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어느날 홧김에 휘저어버리면 산사태처럼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숨을 몰아쉬며 사는 것이냐.

내가 추구했던 것, 꿈꾸었던 것이 무엇이냐

목마른 사막길에서 한 모금의 생수로 목만 추기겠다고 달려온 세월.

아직도 미련이 남아 다시 출발해야 하는 것이냐.

빈껍데기들을 까불어버리고 알갱이들만 가질수는 없다.

사랑과 미움이 공존할 때 참사랑을 느끼듯

인생은 그렇게 함께하는 것인가.


인내와 절제가 내 거친 삶을 끌고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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