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8 19:08
古時調를 통해서 우리 선조들의 사랑이야기를 감상해 보자.
<山은 녯山이로되 물은 녯물 안이로다
晝夜에 흘은이 녯물이 이실쏜야
人傑도 물과 도다 가고 안이 오노라 >
황진이가 스승이었던 서경덕의 죽음을 애도하여 지은 시조다.
인걸은 물과 같아야 한 번 흘러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음을 슬프하고 있다.
기녀의 몸이란 뭇 남정네들이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곳.
그 외로운 산은 지금도 고저녁하게 기다림으로 솟아 있는데
한 번 찾아 정을 주고 떠난 님은 흘러간 옛 물이 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인걸도 물과 같아서 한 번 흘러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 얼마나 애통한 일인가.
꽃이 피고, 초목이 무성한 산과도 같았던 妓女.
그녀를 찿아드는 물은 언제나 바뀌고, 그 인품 또한 천태만상으로 밤낮으로 흘러 내리니
그 물이 어찌 옛적에 만났던 물일 수 있겠는가.
그녀의 문장은 한국 여성문학의 '사랑의 노래'로 <멋의 문학>으로 빛나고 있다.
이 시조에 대한 서경덕의 답시를 찾아 보니 그 또한 황진이에 대한 연모의 정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일가. 도학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써의 사랑의 심정을 노래하였다.
송도 삼절로 불리우는 서경덕은 사마시(司馬試)까지 합격하고도 벼슬에 나가지 않고
개성 동문 밖 화담에 초막을 짓고 학문에 정진한 학자다. 당시 그에게 글을 배우려 다니던
황진이를 연모하여 지은 시라고 야사에 전한다.
자기 마음에 아로 새겨진 가인을 생각하고, 마음의 불길을 타올리지만 구름 안개가
자욱한 높은 산에 어느 님인들 찿아올 수 있겠는가.
만중운산이란 님과 나 사이에 가로 놓인 장애물로서 도학자인 자신과 님과의 사이에
우뚝 솟은 사랑의 현실 즉 뛰어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음을 알고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황진이의 상기 시조에 향응하는 화담 시조 한 수를 읽어보자.
음이 어린 後ㅣ니 일이 다 어리다
萬重雲山에 어 님 오리마
지 닢 부 람에 혀 긘가 노라
초장에서 화담 서경덕은 자기의 마음이 왜 어리석다고 했을까?
오지 않는 임을 깊은 산속에서 기다리는 자신의 처지는 어리석은 것이다.
그럼에도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와 바람 소리에 귀를 귀울리는 사랑의 연민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상정인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프라토닉한 사랑 이야기 한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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