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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성(春來聲)

2014.04.03 16:30

귀담 Views:4506

춘래성( 春來聲 )


가을과 겨울 소리는 귀에 담을 수 있어도

봄이 오는 소리는 아늑함을 느낄 뿐이다.

그것은 내밀한 생명이 잉태하는 소리.

광년의 햇살이 우주를 달려와

탄생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

이것이 봄의 소리다.

천년의 깊은 잠에서 눈 뜨는 소리

움트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얼음장 아래서, 두텁게 쌓인 눈 더미 아래서

흐느끼듯, 추스리듯, 옷 벗 듯,

환희로 밀어올린 생명에로의 펌프질.

그 푸르름의 원자율동에 천지만물은 얼굴빛을 바꾸기 시작한다.

문지방 앞에 죽은 듯 서 있는 산벗나무 가지에

어제 보지 못한 반점의 몽우리가 나타났을 때

봄은 사랑의 함성으로 달려오는 듯하다.

빈가지에 잎보다 먼저 꽃을 다는 성급함.

바람난 새들이 갑자기 소란을 피우고,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흔들림의 꼬리를 물고 오는 머~언 산 부엉이 소리.

나는 한동안

꿈에 취해 봄볕의 노란 방석위에 쓰러진다.

거짓말처럼 봄은 내 머리카락을 흔들며 흔들며

사방을 둘러싼다.

여보게! 봄이야. 봄이란 말이야.

처음 맞는 봄은 아닐진대

어찌하여 올 봄은 이리도 가슴 설레이뇨.

내면에 퍼지는 이 봄의 향기가 더욱 새롭다.


봄은 음양오행으로 보면 陰陽의 陽의 성질이며

오행의  木 火 水 金 土 중에 木의 성질을 나타낸다.

봄은 天地의 기운을 받아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기간이다.

가만히 귀를 열고 봄이 오는 소릴 마음에 담아보라

우화등선(羽化登仙)의 신선이 되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르는 기분이

바로 봄의 소리를 듣는 즐거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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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일

태판산방에 홀로 앉아

귀담이 봄의 소리 받아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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