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30 18:40
최근 한중 바둑 밀월로 양국간의 우의가 돈독해 짐은 근대역사상 처음보는 현상이다.
제1회 한중 의원 바둑대회가 중국에서 열리더니, 제2회는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이다.
시진평주석과 박근혜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이렇게 바둑으로 두 나라가 급속히 가까워 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서 개최한 < 10번기>에 대한 것을 취재해서 올려 본다.
<10번기>는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중국의 구리 9단이 맞붙는다.
바둑 애호가들은 <세기의 대결>이란 별칭을 붙여주고 있다.
두 기사는 1983년생 동갑이다.
세계대회 우승회수만 보면 이세돌이 14회, 구리가 7회다.
이세돌이 구리를 앞선다고 하겠지만
두 기사의 세계대회전적은 10승 12패 1무로 구리가 조금 앞선다.
그러니 필생의 라이벌로 불리어 진다.
바둑의 세계대회를 한중 라이벌전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다.
<10번기>는 중국기원이 주최하고,
M-LILY몽백합배 협찬사인 [장수헝캉가구]가 협찬하는 바둑대회로
승자에게는 500만 위안 ( 8억7000만원)을 지급하고
패자에게는 20만 위안 (3600만원)을 지급한다.
중국식 승자 독식 경기다. 5:5의 무승부 일때는 1/ 2 갈라 가지게 된다.
세계 3억 이상의 바둑펜들이 지켜보는 <10번기>는 장장 일년간 진행되는 대회로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개최된다.
두 기사 흑백을 가리고 있다. 이세돌 흑. 구리 백으로 제 1국이 진행되었다.
자! 이제부터 바둑판 위에 9단의 바둑 神들이 수놓는 모습을 따라 가 보자!
화점과 소목으로 첫 수와 둘째 수를 놓았다.
다음 수는 흑이 백 소목에 걸쳐가는 수순이다.
단순하게 반면 초반 포석은 백이 좌하를 확실하게 장악하여
실리에서 앞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내었고, 흑은 전체 반면에서 유리한 판을 짜서
판세를 뚜겁게 가져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흑과 백이 곤마를 어떻게 수습하면서 전투를 할 것인가, 흥미 진진한 싸움이다.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11시22분 (18수 진행) 이세돌은 오른쪽을,
구리는 왼쪽을 중시하고 있다.
왼쪽 구리 진영이 커 보이지만 삼삼과 하변 뒷문 등 맛이 많아서
위협적일 정도는 아니라는 송태곤 해설자의 설명.>
구리는 좌하 귀와 변에서 7수를 두었고
이세돌은 흑 2점을 사석으로 이용할 기세다.
바둑의 효율면에서 이세돌이 구리를 앞서고 있다.
좌하변 흑 두점이 움직여 살아 나오면 전투가 치열해 질 조짐이다.
흑 3-3 침입과 좌변 뒷문도 열려 있어 여러가지 사활의 그림이 그려진다 하겠다.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12시20분 (29수 진행) 왼쪽 아래 접전이 한창이다.
구리는 왼쪽에 파고든 이세돌의 흑을 공격하면서 귀의 실리를 지키는 작전을 고려하는 듯하다.
하변 흑 두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3-3 침입을 엿보면서 백의 약점을 들여다 보는 입구자 행마
백은 하변을 젓혀서 백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흑이 쭉쭉 두번 밀고 나간후 ▲로 지키니
백은 한 칸 뛰어 나가 싸움은 이제 부터 더욱 치열해 진다. ▲흑의 노림수는 엇차하면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수를 엿보고 있다.
▲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1시7분 (48수 진행) - 구리의 심상치 않은 붙임.
오전 접전 결과를 놓고 송태곤 해설자는 "이세돌 9단이 왼쪽 아래에서 잘 탈출했지만
구리 9단이 약간 기분 좋은 진행이다."라고 분석했다.
백의 ▲붙임은 여러가지 의도를 지닌 효착이 아닌가. 흑이 젖히면 백이 끊어서
하변 흑이 곤마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 중앙 백이 안정화되는 의도를 지녔다.
백과 흑의 발빠른 행마가 전황을 긴급하게 몰고가고 있다.
흑과 백의 눈목자 행마가 눈에 띈다. 백의 붙여온 ▲에 오른쪽으로 젖히느냐
왼쪽으로 젖히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것이다.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2시5분 (57수 진행)
이세돌은 왼쪽 아래 전투에서 약간 포인트를 잃었지만
오른쪽 아래와 중앙에서 전투로 분위기를 바꿔 보려 하고 있다.
흑▲은 백의 끊는 수를 방지하면서 선수를 잡고 백△을 흑이 젖혀 이으면
백은 또 하나의 곤마가 우하에 발생한다.
여기서 흑의 날 일자 행마가 돋보인다. 백의 △효착이 무거운 돌로 바뀌고
잘못하면 3개의 곤마가 생길 수도 있다. 이제부터 백의 고민은 깊어진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하변은 흑의 의도가 있다.
백집인 곳에 백의 약점을 추궁하면서 백이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려 한 것이다.
백은 3개의 곤마가 생겼다. 천하의 구리라도 수습하기가 녹록하지 않다.
좌변에서 백이 흑에 기대며 행마할 때 흑이 한 칸 뒤지 않고 튼실하게 밀어 올려
흑의 중앙과 좌변 젖힘을 엿보고 있다.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2시40분 (71수 진행)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3시20분 (89수 진행)
송태곤 해설자는 "확정가는 구리 9단이 많지만 두터움이 이세돌 9단이 좋아서
이세돌 9단이 편한 형세로 보인다."고 한다.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3시30분 (95수 진행)
이세돌이 가운데 백(화살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구리 9단이 괴로울 것이라는 송태곤 해설자의 설명.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4시30분 (113수 진행)
이세돌이 가운데 구리 말을 잘 몰고 있다.
송태곤 해설자는 "이세돌 9단이 지금 흐름 대로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흑 이세돌 vs 백 구리 - 5시58분 (133수 진행) 떨린다.
이세돌이 우세하다는 말은 쏙 들어갔다.
구리의 마지막 승부수가 까칠하다. 어떻게 될까.
흑 이세돌 vs 백 구리 (155수 진행) -
이세돌이 상변 흑을 완생 형태로 만들어, 끝내기로 가더라도 유리해 보인다.
<10번기 제1국 결과>
251수만에 흑 불계승
2014.01.30 19:47
2014.01.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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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기는 원한다고 해서 성사되진 않는다.
세기의 라이벌이 있어야 하고, 그들이 대국을 원해야 하며, 후원사가 나서야 하고, 그들이 속한 협회가 동의해야 한다.
수많은 시도를 거쳐 드디어 이세돌-구리 10번기가 치러진다. 26일 중국 베이징 캉위엔루이팅 호텔에서 그 첫 테이프를 끊었다.
후원사 몽백합의 니장건 회장과 이세돌 9단의 10번기 매니저를 맡은 이영호 씨를 만나 10번기 안과 밖을 물어봤다.
니장건 몽백합 회장(이세돌-구리 10번기 후원)
- 이세돌 –구리 10번기는 어떤 계기로 후원했나?
“나는 어떤 일이든 간단 명료하게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바둑 세계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흥미를 느끼고 바로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을 후원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중에 10번기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30분 정도 듣고 바로 후원을 결심했다. 10번기가 더 흥미로웠다. 10번기 얘기를 먼저 듣고 나중에 세계대회 이야기를 들었다면 지금 몽백합배는 어떻게 했을지 모를 일이다.”
- 두 대회 이외에 다른 후원도 하고 있나?
“아마대회와 승단대회에도 후원을 하고 있고, 헤이자자 6단을 몽백합 공식모델로 선정했다. 이것도 단순하게 결정했다. 성적도 좋고 외모도 출중해 주저하지 않았다.”
- 10번기가 드디어 시작됐다. 지켜보니 어떤가?
“정말 많은 분들이 이 대회를 위해 애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께 영광을 돌린다. 중국기원과 한국기원도 정말 애쓰셨고 특히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개인적으로 10번기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나?
“직접 예상은 안 한다. 많은 분들이 5-5를 예상하신다. 나는 누가 이겨도 기쁠 것이다. 선수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명국을 남겨줬으면 한다.”
- 다른 종류의 10번기도 치러질 가능성 있을까?
“기업을 하고 있는 터라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확실하게 해두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10번기에 힘쓰고 내년엔 몽백합배를 신경 써야 한다. 누군가가 흥미로운 제안을 해 온다면 고려해 보겠다.”
- 바둑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라.
“중국, 한국, 일본이 모두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같이 발전해 나가자고 하고 싶다. 말의 해다.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한다.”
이영호 씨 (이세돌 9단 10번기 매니저)
- 어떤 계기로 이세돌 9단의 10번기 매니저를 맡았나?
“오랫동안 형(이창호 9단)이 중국에 왔을 때 음식, 컨디션 관리(마사지 등)를 맡아 왔다. 이세돌 9단과 친분도 있고 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맡기로 했다.”
- 10번기는 수년간 수차례 시도되다 무산되길 거듭했다. 이유는 무엇이었나?
“지는 쪽의 타격이 클 거란 우려를 중국기원도 한국기원도 가지고 있었다. 협의가 늦어지면서 선수도 후원사도 지치곤 했다.”
- 이번 10번기의 결정적인 성사 계기는 무엇이었나?
“후원사 니장건 회장이 적극적인 설득 작업을 벌였다. 5대5 무승부, 승자독식 등의 방식은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제한시간이 4시간으로 긴 것은 일반 세계대회보다 무게감이 크다는 고려에서였다.”
- 장소 선정은 어떻게?
“처음엔 이세돌 9단의 가족이 사는 캐나다, 니장건 회장 기업이 진출해 있는 북유럽, 남미 등도 고려했지만 경비의 현실성, 바둑 열기 등의 문제가 제기돼 지금처럼 하기로 했다. 한국이 한 번 있는 것은 한국기원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 이세돌-구리의 전성기가 지났단 얘기도 있었다.
“중국 신예들이 지난해 세계대회를 휩쓸었지만 중국인들의 마음 속엔 아직도 구리 9단이 영웅이다. 또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은 하늘이 낸 라이벌이란 의식이 깊다.”
- 이번 10번기에서 기대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면?
“그 어떤 세계대회도 열리지 않았던 운남성의 샹그리라나 티벳 같은 신비로운 장소가 대국할 곳으로 정해져 있다. 아름다운 영상들이 바둑팬들을 즐겁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