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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번지조 (魚飜池藻)

2013.12.08 09:00

귀담 Views:2617

魚 飜 池 藻

어 번  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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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기들이 연못에서 뛰어 놀다 


원교 이광사(1705~1777)의 옥필(玉筆)이다.


본관은 전주이고 자는 도보(道甫) 호는 원교(圓嶠)와 수북(壽北)을 썼다.

왕실 후손으로 태어났지만 당쟁으로 인해 역적으로 내몰려

출사를 단념하고 평생 글씨에만 전념하여

조선 최고의 명필이 되었다.

23년간의 귀양살이 삶의 편린이 劃 마디 마디에

꿈틀거리고 있는 듯 하다.


원교 선생은 글씨를 배우는 후학들에게 말한다


무릇 글씨를 쓰고자 하는 자는, 먼저 먹을 갈면서 정신을 모아 조용히 생각하며,

자형의  대소●언양●평직●진동● 을 예상해서 글씨의 근맥이

서로 이어지게 하고, 생각이 쓰는 것 보다 앞선 뒤에 글자를 쓰야한다.


배우는 자는,  비록 글씨가 소도(小道)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겸손하고 후덕하며 넓고 굳센 뜻이 먼저 있고 난 뒤에라야

원대하게 성취하는 것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언양은 글씨가 상향이거나 하향인 형태

평직은 글씨가 평평하고 곧음

진동은 글씨의 떨림을 말한다 >


글씨를 소도(小道)라 함은  옛날 유가의 학자들이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여러 학설을 " 작은 도의"란 뜻으로 쓴 말이다.

글씨는 소도는 아니다. 道란 본래 인륜을 돕는 것이다. 고로 매번 고요한 곳에서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미리 마음 속으로 획을 예상한 뒤 글씨를 쓰야 하니

이런 마음을 지닌 자라야  득공할 수 있음이라.

( 書非小道  道本助於人倫 故每於靜處

先正其心  預想心劃  然後下筆 而有心者 意爲得功 )


<어번지조>는 중국 당나라 때 한유 (韓愈)의 詩

<청청수중포(靑靑水中蒲)> 중의 한 구절이다.

- 파릇파릇한 물 속의 부들이여

밑에는 한 쌍의 고기가 놀고 있네 -

( 靑靑水中蒲  下有一雙魚 )


원교선생은 < 어번지조>에  <조롱연화>를 이어 쓴  총 여덟자의

빛나는 書體를 그림 그리 듯 펼쳐 보여 준다.


당나라 때 이백의 詩 춘일취기언지(春日醉起言志)의 한 대목이다.

-- 술에서 깨어나 뜰 앞을 바라다 보니

한 마리 새가 꽃 사이에서 지저귀네 -

覺來眄庭前 一鳥花間鳴 ( 각래면정전 일조화간명)




IMG_6309 (2).jpg


人生이란 커다란 꿈을 꾸는 것이네


하물며 사람들은 살면서 


무엇 때문에 그토록 심하게 괴로워하고 고민하는지 모르겠네


모두 헛된 일이니 편한 마음으로


눈 앞의 일들을 즐기며 살거나



"고기들이 연못 사이에서 뛰어 놀고,

정원 꽃 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을 보면서 사는 것이

이 얼마나 즐거운 삶이냐"


물고기는 물 속에서 헤엄을 치며 뛰어 놀지만 물을 모른다

물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들도 하늘을 날 때 바람을 타고 날아 다니지만

바람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닌겠는가?


원교선생은 名筆로 인생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다.

모두가  이 글을 통하여 사색해 볼 일이라

여기 묵필방에  올려 본다.

나는 선생의 書筆을 수백번 임서를 통하여 배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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