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어번지조 (魚飜池藻)

2013.12.08 09:00

귀담 Views:2608

魚 飜 池 藻

어 번  지 조


IMG_2984 (2).jpg


  고기들이 연못에서 뛰어 놀다 


원교 이광사(1705~1777)의 옥필(玉筆)이다.


본관은 전주이고 자는 도보(道甫) 호는 원교(圓嶠)와 수북(壽北)을 썼다.

왕실 후손으로 태어났지만 당쟁으로 인해 역적으로 내몰려

출사를 단념하고 평생 글씨에만 전념하여

조선 최고의 명필이 되었다.

23년간의 귀양살이 삶의 편린이 劃 마디 마디에

꿈틀거리고 있는 듯 하다.


원교 선생은 글씨를 배우는 후학들에게 말한다


무릇 글씨를 쓰고자 하는 자는, 먼저 먹을 갈면서 정신을 모아 조용히 생각하며,

자형의  대소●언양●평직●진동● 을 예상해서 글씨의 근맥이

서로 이어지게 하고, 생각이 쓰는 것 보다 앞선 뒤에 글자를 쓰야한다.


배우는 자는,  비록 글씨가 소도(小道)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겸손하고 후덕하며 넓고 굳센 뜻이 먼저 있고 난 뒤에라야

원대하게 성취하는 것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언양은 글씨가 상향이거나 하향인 형태

평직은 글씨가 평평하고 곧음

진동은 글씨의 떨림을 말한다 >


글씨를 소도(小道)라 함은  옛날 유가의 학자들이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여러 학설을 " 작은 도의"란 뜻으로 쓴 말이다.

글씨는 소도는 아니다. 道란 본래 인륜을 돕는 것이다. 고로 매번 고요한 곳에서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미리 마음 속으로 획을 예상한 뒤 글씨를 쓰야 하니

이런 마음을 지닌 자라야  득공할 수 있음이라.

( 書非小道  道本助於人倫 故每於靜處

先正其心  預想心劃  然後下筆 而有心者 意爲得功 )


<어번지조>는 중국 당나라 때 한유 (韓愈)의 詩

<청청수중포(靑靑水中蒲)> 중의 한 구절이다.

- 파릇파릇한 물 속의 부들이여

밑에는 한 쌍의 고기가 놀고 있네 -

( 靑靑水中蒲  下有一雙魚 )


원교선생은 < 어번지조>에  <조롱연화>를 이어 쓴  총 여덟자의

빛나는 書體를 그림 그리 듯 펼쳐 보여 준다.


당나라 때 이백의 詩 춘일취기언지(春日醉起言志)의 한 대목이다.

-- 술에서 깨어나 뜰 앞을 바라다 보니

한 마리 새가 꽃 사이에서 지저귀네 -

覺來眄庭前 一鳥花間鳴 ( 각래면정전 일조화간명)




IMG_6309 (2).jpg


人生이란 커다란 꿈을 꾸는 것이네


하물며 사람들은 살면서 


무엇 때문에 그토록 심하게 괴로워하고 고민하는지 모르겠네


모두 헛된 일이니 편한 마음으로


눈 앞의 일들을 즐기며 살거나



"고기들이 연못 사이에서 뛰어 놀고,

정원 꽃 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을 보면서 사는 것이

이 얼마나 즐거운 삶이냐"


물고기는 물 속에서 헤엄을 치며 뛰어 놀지만 물을 모른다

물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들도 하늘을 날 때 바람을 타고 날아 다니지만

바람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닌겠는가?


원교선생은 名筆로 인생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다.

모두가  이 글을 통하여 사색해 볼 일이라

여기 묵필방에  올려 본다.

나는 선생의 書筆을 수백번 임서를 통하여 배움을 받는다.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105 2014년 갑오년 새해 아침 인사 file 귀담 2014.01.01 2889
104 외국인 바둑대회 [1] 귀담 2013.12.29 5760
103 세한필 (歲寒筆) file 귀담 2013.12.28 2945
102 친구 집에서 file 귀담 2013.12.26 3224
101 꽃 아래서 술잔을 주고 받다. [4] file 귀담 2013.12.15 6085
100 도정 권상호교수 한자철학#1 [1] 귀담 2013.12.09 6829
99 서예세상 : 도정 권상호 교수 [1] 귀담 2013.12.09 6776
» 어번지조 (魚飜池藻) [1] file 귀담 2013.12.08 2608
97 漢四郡의 실제위치 [3] 귀담 2013.11.23 5431
96 석재 서병오선생 추모전 관람 [3] 귀담 2013.11.13 6177
95 유상곡수(流觴曲水) 하던 신라 포석정 [1] file 귀담 2013.11.08 6220
94 일신 또 일신 --日新 又 日新 [1] file 귀담 2013.10.25 6343
93 백자(白瓷)의 태깔 / 鄭 木 日(33) [1] 귀담 2013.10.20 5363
92 구절초 꽃차 [2] 귀담 2013.10.19 6106
91 그리운 황소 [1] file 귀담 2013.10.17 6119
90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는 소리 [1] file 귀담 2013.10.16 6133
89 오유지족 (吾唯知足)한 삶이란 ? [5] 전영숙(33) 2013.10.14 8276
88 고구마 --- 전영숙 (33회) [8] file 귀담 2013.10.01 6240
87 홀로 마시다 취하니 [4] file 귀담 2013.09.29 6995
86 淸夜吟 청야음 [2] file 귀담 2013.09.29 6704
85 詩 : 맨하탄에는 고래가 산다. [1] file 귀담 2013.09.27 5774
84 삶과 죽음 (2) -- 토스토예프스키 [2] file 귀담 2013.09.24 7152
83 싸가지 없이~~~~ [2] file 귀담 2013.09.23 10038
82 바람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고 [3] file 귀담 2013.09.16 5801
81 나의 애송시(愛誦詩) [4] file 귀담 2013.09.15 8156
80 삶과 죽음 [1] --- 빈센트 반 고흐 [2] file 귀담 2013.08.25 15380
79 집자성교서 集字聖敎序 [1] file 귀담 2013.08.24 10182
78 四字成語 --- 알묘조장 謁描助長이란. [3] file 귀담 2013.08.21 6657
77 대우주-- 외계 은하들 [5] 귀담 2013.08.18 6202
76 우주, 그 끝은 어디인가.[2] [2] 귀담 2013.08.18 5785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