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8 09:00
魚 飜 池 藻
어 번 지 조
★ 고기들이 연못에서 뛰어 놀다 ★
원교 이광사(1705~1777)의 옥필(玉筆)이다.
본관은 전주이고 자는 도보(道甫) 호는 원교(圓嶠)와 수북(壽北)을 썼다.
왕실 후손으로 태어났지만 당쟁으로 인해 역적으로 내몰려
출사를 단념하고 평생 글씨에만 전념하여
조선 최고의 명필이 되었다.
23년간의 귀양살이 삶의 편린이 劃 마디 마디에
꿈틀거리고 있는 듯 하다.
원교 선생은 글씨를 배우는 후학들에게 말한다
무릇 글씨를 쓰고자 하는 자는, 먼저 먹을 갈면서 정신을 모아 조용히 생각하며,
자형의 대소●언양●평직●진동● 을 예상해서 글씨의 근맥이
서로 이어지게 하고, 생각이 쓰는 것 보다 앞선 뒤에 글자를 쓰야한다.
배우는 자는, 비록 글씨가 소도(小道)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겸손하고 후덕하며 넓고 굳센 뜻이 먼저 있고 난 뒤에라야
원대하게 성취하는 것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언양은 글씨가 상향이거나 하향인 형태
평직은 글씨가 평평하고 곧음
진동은 글씨의 떨림을 말한다 >
글씨를 소도(小道)라 함은 옛날 유가의 학자들이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여러 학설을 " 작은 도의"란 뜻으로 쓴 말이다.
글씨는 소도는 아니다. 道란 본래 인륜을 돕는 것이다. 고로 매번 고요한 곳에서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 미리 마음 속으로 획을 예상한 뒤 글씨를 쓰야 하니
이런 마음을 지닌 자라야 득공할 수 있음이라.
( 書非小道 道本助於人倫 故每於靜處
先正其心 預想心劃 然後下筆 而有心者 意爲得功 )
<어번지조>는 중국 당나라 때 한유 (韓愈)의 詩
<청청수중포(靑靑水中蒲)> 중의 한 구절이다.
- 파릇파릇한 물 속의 부들이여
밑에는 한 쌍의 고기가 놀고 있네 -
( 靑靑水中蒲 下有一雙魚 )
원교선생은 < 어번지조>에 <조롱연화>를 이어 쓴 총 여덟자의
빛나는 書體를 그림 그리 듯 펼쳐 보여 준다.
당나라 때 이백의 詩 춘일취기언지(春日醉起言志)의 한 대목이다.
-- 술에서 깨어나 뜰 앞을 바라다 보니
한 마리 새가 꽃 사이에서 지저귀네 -
覺來眄庭前 一鳥花間鳴 ( 각래면정전 일조화간명)
人生이란 커다란 꿈을 꾸는 것이네
하물며 사람들은 살면서
무엇 때문에 그토록 심하게 괴로워하고 고민하는지 모르겠네
모두 헛된 일이니 편한 마음으로
눈 앞의 일들을 즐기며 살거나
"고기들이 연못 사이에서 뛰어 놀고,
정원 꽃 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을 보면서 사는 것이
이 얼마나 즐거운 삶이냐"
물고기는 물 속에서 헤엄을 치며 뛰어 놀지만 물을 모른다
물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들도 하늘을 날 때 바람을 타고 날아 다니지만
바람의 고마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닌겠는가?
원교선생은 名筆로 인생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다.
모두가 이 글을 통하여 사색해 볼 일이라
여기 묵필방에 올려 본다.
나는 선생의 書筆을 수백번 임서를 통하여 배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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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君子[ 2 ] -- 이징의 '묵란'
이징의 "묵란"은 조선 전기의 난그림의 대표작이다.
옛 선조들은 書뿐만 아니라 -畵에서 음양의 조화를 중시한 것 같다.
난 옆에 그려진 가시나무가 여린 난잎을 보호해 준다.
난잎은 먹의 濃淡으로 원근감을 살려 주었고, 충분한 여백을 남겨
고풍의 느끼게 합니다.
긴 난잎은 뒤틀린 모양을 주었는데 고매한 정신을 느끼게 합니다.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가람 이병기선생의 "난초" 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