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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황소

2013.10.17 13:49

귀담 Views: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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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황소

대학 3학년 초학기
나는 우리집 황소를 팔아 먹었다.
졸업후 취직하면 더 힘센 황소 사오겠다고
논 갈고 밭떼기 농사 짓는
촌집 재산 1호인 황소를 냉큼 팔아 먹었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지
큰소리친 약속도 고랑밭 언덕배기 황톳 흙에 지워져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나는 황량한 생의 논밭을 가는 황소가 되어 갔다.
벼농사  밭농사가 어떻게 되는지도
잊어버린 황소는
또 다른 삶의 멍애를 걸치고
콧김을 뿜으며 이국의 못난 도시를 헤메인다.

나는 날마다 황소의 꿈을 꾼다.
세상을 찌러는 뿔을 가지고
하늘을 치받고
시린 발굽으로 뒷발질하면서
황소의 꿈을 꾼다.

생이여! 이제 돌아가자
헐값에 팔아먹은 황소의 자리로 돌아가자.
그 곳엔 출렁이는 푸른 밭고랑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넘어야할 삶의 언덕이 남아
짙은 산향 어스름 따라 내려 올테니
꼬비 풀고 잡초 우거진 밭이랑
지금이라도 힘껏 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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