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7 15:14
맨하탄에는 고래가 산다
고래 잡으로 간다
이른 새벽 어둠의 숲을 떨치고
아직 별이 자부는 강을 건너서
눈물 콧물 흘리며
고래 잡으로 간다.
고래가 진짜 있나? 있기는 있는 것일까?
있고 말고.
새벽 같이 고래 고래 고함 지르는
저 소리 좀 들어 봐.
고래가 나왔다고
쩔렁 쩔렁 소리지르는 사람들
아, 고래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야.
있기는 있는 고래가 흐릿한 내 눈에는
정말 보이지 않는다.
새벽부터 줄선 복권 가계 앞
희망찬 눈망울 굴리며 고래를 찿고 있다.
언제 고래가 푸른등을 내밀며
나타날까
정말로 기다려 진다.
기다리는 희망은 언제나 진을 뺀다.
푸우푸~~~ 내뿜는 물기둥을 찿으려다
고래가 되어 버리는, 내가 고래인 것을...
불자동차가 굉음을 뿌리며 고래 잡으로 가고,
앰브란스가 차량 사이로 곡예를 하는
고래 잡으려 떠나버린 빈 거리엔
눈부신 절망이 눈처럼 쌓인다.
맨하탄에는 고래가 산다.
없다고 하는 것 보다
있다고 하는 것이 희망적이다.
그래서 고래 잡으로 맨하탄으로,
맨하탄으로.....
나도 너도 .... 간다.
09. 25. 2013
< 조갑재의 고래 이야기 >
No. | Subject | Author | Date | Views |
---|---|---|---|---|
105 | 2014년 갑오년 새해 아침 인사 | 귀담 | 2014.01.01 | 2892 |
104 | 외국인 바둑대회 [1] | 귀담 | 2013.12.29 | 5760 |
103 | 세한필 (歲寒筆) | 귀담 | 2013.12.28 | 2947 |
102 | 친구 집에서 | 귀담 | 2013.12.26 | 3231 |
101 | 꽃 아래서 술잔을 주고 받다. [4] | 귀담 | 2013.12.15 | 6096 |
100 | 도정 권상호교수 한자철학#1 [1] | 귀담 | 2013.12.09 | 6861 |
99 | 서예세상 : 도정 권상호 교수 [1] | 귀담 | 2013.12.09 | 6777 |
98 | 어번지조 (魚飜池藻) [1] | 귀담 | 2013.12.08 | 2617 |
97 | 漢四郡의 실제위치 [3] | 귀담 | 2013.11.23 | 5434 |
96 | 석재 서병오선생 추모전 관람 [3] | 귀담 | 2013.11.13 | 6180 |
95 | 유상곡수(流觴曲水) 하던 신라 포석정 [1] | 귀담 | 2013.11.08 | 6231 |
94 | 일신 또 일신 --日新 又 日新 [1] | 귀담 | 2013.10.25 | 6344 |
93 | 백자(白瓷)의 태깔 / 鄭 木 日(33) [1] | 귀담 | 2013.10.20 | 5368 |
92 | 구절초 꽃차 [2] | 귀담 | 2013.10.19 | 6113 |
91 | 그리운 황소 [1] | 귀담 | 2013.10.17 | 6120 |
90 |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는 소리 [1] | 귀담 | 2013.10.16 | 6133 |
89 | 오유지족 (吾唯知足)한 삶이란 ? [5] | 전영숙(33) | 2013.10.14 | 8279 |
88 | 고구마 --- 전영숙 (33회) [8] | 귀담 | 2013.10.01 | 6242 |
87 | 홀로 마시다 취하니 [4] | 귀담 | 2013.09.29 | 7000 |
86 | 淸夜吟 청야음 [2] | 귀담 | 2013.09.29 | 6705 |
» | 詩 : 맨하탄에는 고래가 산다. [1] | 귀담 | 2013.09.27 | 5774 |
84 | 삶과 죽음 (2) -- 토스토예프스키 [2] | 귀담 | 2013.09.24 | 7156 |
83 | 싸가지 없이~~~~ [2] | 귀담 | 2013.09.23 | 10042 |
82 | 바람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고 [3] | 귀담 | 2013.09.16 | 5801 |
81 | 나의 애송시(愛誦詩) [4] | 귀담 | 2013.09.15 | 8157 |
80 | 삶과 죽음 [1] --- 빈센트 반 고흐 [2] | 귀담 | 2013.08.25 | 15388 |
79 | 집자성교서 集字聖敎序 [1] | 귀담 | 2013.08.24 | 10220 |
78 | 四字成語 --- 알묘조장 謁描助長이란. [3] | 귀담 | 2013.08.21 | 6659 |
77 | 대우주-- 외계 은하들 [5] | 귀담 | 2013.08.18 | 6203 |
76 | 우주, 그 끝은 어디인가.[2] [2] | 귀담 | 2013.08.18 | 5785 |
지난 세월을 돌아 보면 꿈과 같다.
젊음을 몽땅 바쳐버린 삶.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때를 생각하면
측은 하기도 하다.
뒤와 옆은 돌아볼 여유가 없었고,
오직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늘에 달과 별이 뜨는지,
봄여름 가을겨울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나에겐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무일푼의 텅빈 호주머니를 만지며,
딸 셋의 학비를 조달해야 했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젊음을 소진해야 했다.
잡힐 듯한 고래는 어느새 멀리 도망가고
절망과 눈물이 가슴을 적셨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고래를 잡는다고 맨하탄 한복판을 헤메고 다녔다.
오늘도 나는 고래를 잡기위해 맨하탄으로 떠난다.
고래에게 잡아 먹혀 고래 속에서 살지언정
나는 고래 잡으로 간다.
아!~ 고래가 있기는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