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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유등축제와 서울유등축제

2013.08.13 06:24

목향 Views:6187

진주유등축제와 서울유등축제- 정목일(수필가·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기사입력 : 2013-08-13 경남신문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폭염 속에 이창희 진주시장이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 유등축제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홀로 시위하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보았다. 시정(市政)에 바쁜 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무엇 때문에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해마다 시월이면 진주 남강에서 열리는 유등축제가 유명세를 타자, 서울시가 슬그머니 청계천에 유등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데 대한 항의인 것이다. 진주에서 먼저 개최하였다고 서울에서 시행할 수 없는가, 이런 반문과 반응도 나올 법하다.

 

문화시대를 맞아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문화축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점이다. 지역문화축제는 그 지역만이 지니고 있는 문화 전통성과 고유성에 의해 피어난 꽃이라 할 수 있다. 진주에서 행하고 있는 유등축제라고 해서 서울에서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바람직한 문화인식이 아니다. 지역의 고유 문화축제는 독창성과 역사성에 의해 문화 브랜드로 부각되어 지역의 전통과 삶의 숨결을 담아내고 있다. 독창성과 역사성이 없이 타 지역의 문화축제를 모방하거나 그대로 가져와 개최한다는 것은 문화축제의 참다운 의의나 정신을 훼손시키는 일이다.

 

진주유등축제는 해마다 열리는 단순한 볼거리용 행사가 아니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남강에 유등을 띄우는 것은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사수하다 숨진 7만 병사와 시민들의 애국 혼을 위로하고, 나라사랑을 되새기려는 뜻이 담겨 있다. 제의적인 의미와 문화 창조의 의미를 살린 진주인의 정신적인 축제이다.

 

전국에서 연꽃축제, 국화축제 등과 같은 특색이나 개성이 없는 행사들이 남발되고 있고, 지역성과 독창성이 없는 유사한 축제들이 무분별하게 열리고 있다. 그 지역만이 갖는 전통과 고유성에서 태생한 문화축제이어야 차별성을 지닌다. 역사와 전통이 깊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고 호응하게 된다. 진주유등축제는 진주의 정신과 역사를 상징하는 축제이다.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민족혼을 느끼고 문화 창조를 다짐하는 축제인 것이다. 진주시장이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는 절박한 이유이다.

 

남강유등축제의 기원은 1592년 시월 진주목사 김시민이 3800여 명에 지나지 않는 병력으로 진주성을 침공한 2만 왜군을 크게 무찔러 민족의 자존을 드높인 진주대첩을 거둘 때, 성 밖의 의병 및 지원군과의 군사신호로 등불을 띄운 데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1593년 유월 12만의 왜군들이 다시 침공하여 진주성이 함락되고, 의롭게 순절한 7만 병사를 비롯한 시민들의 넋을 위무하기 위한 추모 행사로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해마다 남강에 유등을 띄우며 선조들의 넋과 아픈 역사를 떠올리며 민족의 마음을 밝히고자 했다. 서울유등축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진주시민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지역의 고유성과 문화전통을 훼손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독창성이나 역사성도 없이 볼거리용으로 개최되는 서울유등축제는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 이 번 일을 계기로 지역마다 유사하고 특징 없는 문화행사를 점검하여 특성화 차별화가 이뤄져야만 참다운 지역문화가 꽃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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